제비꽃
[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누가 누가 더 예쁘나”
“노란꽃, 하얀꽃이 모여서 방실방실 웃고 있네”
3월들어 도구가서 봄꽃들이 경연을 벌인다.
경칩이 지나면서 풀꽃들이 경쟁하듯이 피고 있다.
복수초가 피고 뒤이어 변산바람꽃 그리고 노루귀가 피었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 등 모두 입장했다.
3월 두 번째 토요일, 광명지역 산으로 봄꽃마중 나간다.
서울에 ‘불수사도북’이 있다면 광명에는 ‘도구가서’가 있다.
도구가서는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서독산을 줄여서 부른 이름이다.
산행 마니아는 광명지역 4개산을 이어 산행한다.
광명 산에는 봄철 야생화가 은근 많다.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 서독산은 귀한 풀꽃들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노루귀 서식지로 알려져 봄철에는 수 많은 꽃쟁이가 방문한다.
도구가서 산행에서 만난 꽃들 자생지는 보호차원에서 장소를 밝히지 않는다.
3월 들어 꽃들의 경연장이 펼쳐진 도구가서 꽃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정상 등로를 벗어나서 먼저 복수초를 만나러 간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복수초는 가장 사랑받는 봄꽃이다.
하지만 올해는 복수초가 좀 늦고 개체수도 줄었다.
지난 2월 끝자락 강추위 탓에 입장이 늦은 셈이다.
복수초 꽃말은 ‘영원한 행복’으로 복과 장수를 상징한다.
계곡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간다.
덤불 속에 가녀린 변산바람꽃이 보인다.
변산바람꽃은 고운 자태에 ‘변산아씨’라고 부른다.
이 바람꽃은 변산에서 발견되어 변산바람꽃이라고 명명되었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더불어 봄을 가장 먼저 전하는 꽃이다.
복수초
도구가서 계곡에 핀 변산바람꽃은 개체수가 많지 않다.
변산바람꽃은 2월 끝자락에 강추위를 이기고 피는 꽃이다.
이승철 시인은 변산바람꽃이란 시에서 ‘언 땅 녹이고 온 꽃’이라고 표현했다.
‘급하기도 하셔라
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반겨줄 임도 없고
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
행여
그 고운자태 상하시면 어찌시려고요
언 땅 녹여오시느라
손 시리지 않으셨나요
잔설 밟고 오시느라
발 시리지 않으셨나요’
올해 변산바람꽃은 늦은 입장으로 시인의 걱정을 덜었다.
정상을 앞두고 가파른 한 고개를 넘어서 다시 계곡이다.
이번에는 너도바람꽃이 짱하고 등장한다.
바람꽃은 15종이 넘는데 너도바람꽃 역시 변산바람꽃과 비슷한 시기에 핀다.
사실 봄마중 꽃으로 꽃쟁이들이 반기는 꽃이다.
낙엽이 두툼한 곳에서 한겨울을 용케도 잘 견디었다.
봄볕이 드면서 두꺼운 낙엽을 비집고 얼굴 내민 너도바람꽃이 너무도 곱다.
그런데 한 낮이라 빛이 너무 강해서 하얀꽃잎이 반사판 역할을 한다.
빛이 강하면 노란꽃과 흰꽃은 담기 어렵다.
늘 신경쓰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제대로 담지 못해 속이 상한다.
귀한 꽃들 만남에 도구가서 꽃산행은 늘 즐겁다.
몸이 지쳐 갈만하면 꽃이 살짝 등장하여 엔돌핀을 선물한다.
이번에는 노루귀 군락지이다.
노루귀는 분홍색. 흰색, 청색 등 세 종류가 있다.
청색은 한강 이북지역에 주로 자생한다.
물론 한강 이남지역에도 보고된 사진을 보기는 했다.
노루귀가 무더기로 피어있어 한 장으로 소개하기는 너무 아쉽다.
이곳 재생지도 노루귀가 많은 곳인데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개발의 힘에 밀려 훼손되고 신갈나무 우거진 숲도 장해물이다.
두꺼운 낙엽은 씨앗의 발아를 막아 노루귀 성장에 방해가 된다.
낙엽 속에 분홍색 꽃이 너무도 곱다.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아니지만 앙증맞은 노루귀에 눈길이 한참 머문다.
노루귀는 솜털이 무성하고 꽃잎이 뒤에서 보면 보송보송한 털이 노루 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리 보고 저리 보아도 지겹지 않는 사랑스런 꽃이다.
귀공자 타입의 딱 한송이가 눈길을 확 끈다.
쓰러진 나무 기둥 밑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꽃이 너무 멋지다.
무더기로 핀 꽃보다 한 송이지만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작지만 강한 꽃의 매력을 보여주는 노루귀다.
이번에는 흰색 노루귀이다.
노루귀는 흰색과 분홍색이 모여서 핀다.
청색이 있는 지역에는 분홍색이 없다.
흰색은 분홍색, 청색과 함께 자생하는데 청색이 있는 곳에는 분홍색이 동거하지 않는다.
흰색 노루귀도 보면 볼수록 은근한 매력이 있다.
변산바람꽃
길가 낙엽 속에서 현호색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현호색도 덩이식물로 일찍 피었다가 다른 풀들이 자라면 사라진다.
풀꽃들은 다른 식물이 자라기 전에 씨앗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한다.
그래서 3월에 피는 풀꽃은 5월이면 잎이 사라지고 하고현상에 들어간다.
봄꽃은 꽃철이 짧아서 시간을 잘 쪼개야 모두 만날 수 있다.
현호색은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같은 종인데도 색깔이 약간씩 다르다.
토양의 성질이 꽃의 색상을 결정한고 한다.
풀꽃들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한 식물이다.
현호색은 어느 산에서나 흔하게 보이는데 특히 도덕산과 구름산에 많다.
좁은 길이 이어진 길섶에 양지꽃이 3월의 봄볕을 즐기고 있다.
꽃은 뱀딸기와 비슷한데 약간 다르다.
굳이 식물학자가 아니면 머리 아프게 구별할 필요없다.
예쁜 꽃은 그냥 감상하면서 즐기고 사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양지꽃과 제비꽃이 피고 있는 지금은 봄의 시간이다.
무덤가 잔디밭에 할미꽃이 곱게 단장하고 있다.
땅바닥에 엎드려 바람을 피하면서 꽃을 피우는 모습이 애처롭다.
할미꽃도 봄꽃 잔치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이곳의 할미꽃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빠르게 핀 꽃이다.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 있는 묘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덕분이다.
그래서 할미꽃은 꽃쟁이들에 사랑 받는다.
할미꽃 동산에서 하산길로 접어든다.
길가에 곱게 핀 제비꽃이 렌즈를 붙잡는다.
작은 언덕인데 제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은 꽃도 모여서 피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모여 있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데 유리하고 사람들 눈길도 끈다.
풀꽃만 피는 것이 아니다.
이제 관목류도 꽃을 피기 시작했다.
매화는 봄이 들어서기 전에 피지만 올괴불나무도 성질이 급하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어 벌을 불러들인다.
꽃처럼 생기지 않아서 벌을 유혹하기 위한 나무의 생존전략이다.
작은 꽃이 모여서 노란 수를 놓은 산수유가 한창이다.
이제 사방에서 꽃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산수유는 동네에서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되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꽃이 산수유다.
산수유는 한 발 떨어져서 보아야 예쁘다.
노루귀
산수유가 동네에서 봄을 알린다면 생강나무는 산에서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김유정의 소설에 등장하는 노란 동백은 바로 생강나무 꽃이다.
어느새 산에는 봄꽃들이 우르르 피고 있다.
머지 않아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면 봄이 깊어간다.
1주일 전에는 한 송이씩 피기 시작한 매화가 하얀색으로 변신했다.
따뜻한 햇볕에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팝콘처럼 펑펑 터지고 있다.
매화 밭이 온통 하얀색으로 눈이 부시다.
벌써 벌들이 매화주변을 돌면서 봄잔치를 벌리고 있다.
홍매화는 매화처럼 탐스럽지 않다.
하지만 분홍색의 꽃잎이 눈길을 끌고 매혹적인 자태를 뽐낸다.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나무가 꺾이고 꽃도 풍성하지 않지만 매력은 여전하다.
꽃들은 보고 또 보아도 지겹지 않다.
매화를 끝으로 도구가서 긴 산행을 마치고 본격 하산길로 접어든다.
무성한 초록 밭에 움푹 들어 간 흔적이 씁쓸하게 만든다.
산자고 군락지인데 누군가 상당한 크기를 채취한 모양이다.
꽃이 피기 전인데 탐이나서 화분으로 옮긴 것인지 모르지만 야생화는 하늘이 키우는 꽃이다.
자생지는 알려지면 훼손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꽃이 사라진다.
그래서 야생화는 자생지 공개에 부담이 된다.
3월 도구가서는 무수한 꽃들이 피는 꽃의 경연장이다.
먼 곳을 가야만 볼 수 있는 꽃들을 도구가서 산행에서 보게되어 눈이 호사를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