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장마철에 반짝 갠 하늘,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 쬔다.
하지만 하늘이 산객의 몸만큼 무겁다.
언제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씨다.
습도가 높은 산은 땀이 흐르고 젖은 옷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장마철답게 엄청 더운 날에 관악산 병아리난초 찾아 간다.
7월 한여름 설악산 대청봉 주인공이 바람꽃이라면 오늘 가는 관악산은 병아리난초이다.
꽃에 맛이 들리면 매년 때가 되면 찾아가게 된다.
아직 설악산 바람꽃 마중은 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방문할 것이다.
관악산 역시 짧은 구간에서 살짝 보고 싶었지만 관음사부터 수영장능선까지 긴 코스를 선택한다.
물론 혼자가는 길이라서 가능하다.
덥기 전에 이른시간에 관악산으로 들어간다.
늦어도 정오가 되기전에 산행을 마칠 계획이다.
관음사 독경소리가 우람한 소나무 사이를 돌아서 엄청 크게 들린다.
독경소리는 멀어지고 산들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더운 날에 반가운 선물이다.
관음사 뒤편의 병아리난초 군락지, 예전처럼 풍성하지 않고 꽃도 지고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몇 컷 담고 사당능선에 몸을 싣는다.
이 능선은 계단의 연속, 국기봉을 지나고 또 넘으면 계단이 기다린다.
조금 지루한 길이다.
사당능선에 흔한 중나리와 원추리도 보이지 않는다.
깍아지른 절벽에 며느리밥풀이 살짝 웃고 있다.
이번 장맛비에 생기를 얻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계단이 끝나고 관악산 정상이 드러난다.
관악산 정상은 운무가 감싸고 봉우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잠시 쉬는 마당바위 옆에 바위채송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꽃 역시 가뭄에서 벗어나 꽃잎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관악문을 통과하여 연주대가 눈앞에 다가온다.
솔봉으로 가는 계단 옆으로 이어진 수영장능선으로 다가간다.
본격적인 병아리난초와 나나벌이난초가 욕심이 난다.
수영장능선 하산길부터 나나벌이난초가 하나씩 보인다.
이 꽃 역시 잎은 풍성한데 꽃은 별로이다.
꽃이 자랄 성장기에 가뭄 탓인가 보다.
병아리난초가 보인다. 제대로 된 병아리난초가 눈앞에 등장이다.
군더더기 없이 활짝 핀 모습이 반갑다.
수영장능선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체수는 많지 않고 드문드문 숨어서 핀다.
눈썰미가 좋아야 병아리난초가 보인다.
교수회관을 앞둔 내리막 길에 병아리난초 서식지는 관음사 뒤편처럼
꽃이 지고 윗부분만 달려있다.
올해 꽃철이 가뭄 탓에 빠른 것인가.
하산길 끝자락에 흰병아리난초를 기대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분홍색 병아리난초도 개체수가 확 줄었다.
마지막 길목에 핀 가녀린 병아리난초를 오래도록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