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적인 땡볕의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그곳에 가면 황홀한 꽃밭이 있다.
설악산 한계령에서 최고봉인 대청봉 가는 길의 서북능선이다.
한계령에서 잠깐 힘든 발품을 팔면 설악산 능선길이다. 능선을 따라 펼쳐진 숲길
옆은 여름꽃들이 아우성치듯 피어났다. 삼복더위도 이곳에서는 무색할 정도로 힘을 못 쓴다.
고산지대는 의외로 선선하고 공기도 청량하다.
솔나리
폭염의 한여름에 설악산 해발 1500고지의 능선에 오른다. 숨쉬기조차 힘든 시간에
천상화원의 여름꽃 기행이다. 들머리인 한계령에서 한계령삼거리까지는
오르막이 심해 숨이 턱까지 찬다. 하지만 그곳을 통과하면 1500고지의 능선이다.
숲 속은 선선하여 걸을 만하다. 기록적인 폭염일 때문일까 꽃들의 색감이 더욱 곱다.
유안진 시인은 <들꽃 언덕에서>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다고 했다.
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꽃내음은 짙어진다. 시인의 말처럼 이곳의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이다.
바람꽃
좁은 숲길로 이어진 꽃길은 계속된다. 이름조차 생소한 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한계령 오르막부터 솔나리, 모싯대. 단풍취, 금강초롱, 오이풀, 동자꽃 등이
얼굴을 내민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꽃향기는 더욱 강렬하다. 끝청이 다가오면서
설악산 식생이 바뀐다. 초록밭에 붉은꽃들이 보인다. 말나리, 며느리밥풀꽃,구실바위취,
수리취, 구릿대, 등대시호, 금강초롱이 보이고 대청봉을 앞두고 압권은 바람꽃이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읊었다.
세상에 이름없는 꽃은 없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 단지 이름 모른 꽃이라고 표현한다.
아니면 노란색, 흰색, 빨간꽃으로 부른다. 이제 꽃이름을 불러주면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 올 것이다.
금강초롱
대청봉 가는 오르막에 꽃이 지천이다. 한마디로 ‘천상화원‘이다.
설악산 대청봉 가는 길은 트레킹 코스는 아니지만 한번 쯤 도전할만 하다.
그곳에는 환상적인 여름꽃이 기다리고 있다. 수 많은 꽃이름을 불러 주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다. 가는다리장구채, 네귀쓴풀, 잔대, 눈잣나무, 나비나물 등이
줄지어 있다. 인상적인 꽃은 6월부터 8월까지 피는 바람꽃이다.
하얀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거기다가 하얀 운무와 어울리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카메라 렌즈에 들어가면 모두가 한 장의 그림엽서가 된다.
나태주 시인은 꽃에대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며느리밥풀
설악산 여름꽃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작은 키에 하얀색의 바람꽃.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 오르막이 초록 속에 하얀색이 돋보인다. 바람꽃이 지천이다.
6월부터 핀 꽃은 8월 폭염에 지친여색이 분명한데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설악산은 가을모드로 접어 들고 있다.
가을꽃인 금강초롱이 활짝 피었다.
초롱꽃의 왕으로 불리는 금강초롱의 보라색은 귀부인처럼 곱다.
흰색과 보라색이 어울어진 꽃들이 눈을 돌리는 곳마다 피어 있으니 눈이 황홀하다.
이런 야생화들 사이로 부전나비들이 가벼운 날갯짓으로 춤을 춘다.
고산지대 천상화원 탐방은 마니아만 가능하다. 설악산 서북능선 들꽃여행은
8시간이 넘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설악산은 바람꽃에서 금강초롱으로,
8월이지만 이제 가을꽃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동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