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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힘
2006/03/09 00:00
입력 조회수 : 775
작년 추석때 향이좋고 속이 통통한 더덕 한바구니가 선물로 들어왔다.
초록의 이끼에 둘려 쌓여져 있는 더덕바구니를 쏟아보니 제법 많았다.
명절이라 마침 시누이들이 왔기에 시누이들에게 더덕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남은 더덕은 껍질을 벗겨서 일부는 고추장 깊숙이 박고 일부는
고추장 양념을 해서 후라이팬에 호일을 깔고 들기름을 둘러 구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런대도 나중에 보니 서너뿌리의 더덕이 그냥 남아서 재미삼아 화초가
심어져 있는 화분 귀퉁이를 살짝 파고서 세 뿌리를 심어놓고 생각도 않고 무심하게 겨울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올봄...
야생난과 동양난이 먼저 꽃을 피우고 겨우내 피고지고 하던 바이올렛과
선인장까지 합세하여 꽃을 피우던 베란다에서 미운오리 새끼처럼 더부살이를 하며
겨울을 나던 더덕이 초록의 싹을 틔웠다.
한번도 마음써주지 않고 화초에 물을 줄때마다 한번씩 덤으로 물을 준것
외에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더덕은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초록빛 여린 잎새사이로 뻗어나온 줄기는 순식간에 담쟁이 덩쿨처럼
예쁜 덩쿨을 만들었다.
처치 곤란해서 그냥 다른 화초가 담겨져 있는 화분 옆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쿡 심어놓곤 겨우내 눈길 한번 주지않았던 더덕이었는데...
그런 더덕이 살아서 싹을 틔우리란건 상상도 못했는데
질긴 생명력을 타고났던 것인지
세뿌리 모두가 아주 싱싱하게 자라 마치 스킨처럼 멋지게 베란다를 장식해 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서 난 남편을 보고 그리고 딸애한테
더덕이 살아나서 싹을 틔웠다고 자랑을 했지만 정작 더덕들 앞에선
들어내놓고 마음껏 좋아할 수 조차도 없었다.
추운 겨울동안 난들과 다른 화초들은 흙도 돋구어주고 영양제도 놓아주고
했지만 더덕은 정말 버린 자식처럼 밀쳐 놓았었는데...
내가 베란다에서 다른 화초들에게 물을 주고 만져주고 할때 그들은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 보았을까?..
그렇게 긴 겨울을 자신의 내면만을 응시하며 긴 침묵을 지키는가 했더니 비로서 입을 떼어버린 더덕을 보며 생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끼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것들도 사랑을 먹고 산다는 것을 더불어 알게 되었다.
화초도 많이 만져주고 관심 가져주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을....
자운영
2003년 05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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