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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판말판 인생판] (27) 말이라고 깔보지마
2006/03/17 00:00
입력 조회수 : 729
123조 마방 관리사 이상사는 항상 말을 함부로 다뤘다. 성깔이 원래 거칠다고 마방에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다. 그는 말에게 밥을 줄 때도 먹으라는 말 대신 채찍으로 말의 머리를 툭툭 친다. 아무리 말 못하는 말이라지만 말들도 그런 이상사의 행동에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오른다.
얻어맞은 말의 눈을 보면 얼마나 화가 나있는지 안다. 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리사를 노려보듯 쳐다본다. 그러나 이상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마방의 말들은 관리사 중에서 이상사를 가장 싫어한다.
특히 이상사에게 머리를 가장 많이 얻어터진 경주마는 화풀이. 화풀이는 4세 암말로 성격 급하기가 이상사와 똑같다. 특히 발정기가 되면 이유없이 화를 잘 낸다. 성격 나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상사가 그런 말을 곱게 봐줄 리가 없다.
하루는 이상사가 밥을 주는데 화풀이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말이 말을 못알아 들었다기 보다는 이상사가 하는 말을 훤히 알아듣고도 그가 미워서 일부러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뗀 것이다. 얼마나 미웠으면 그랬을까.
하지만 그것이 되레 이상사를 흥분시켰다. 이상사는 사정없이 채찍으로 말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자슥 봐라. 말주제에 감히 사람말을 어겨. 너 어디 한번 뜨끔한 맛좀 봐라. 안그래도 평소에 내말 안듣고 뺀질 뺀질 하더니만 너 오늘 죽어봐라"
이상사는 혼잣말로 계속 씨부렁 거리면서 경주마의 등짝이며 얼굴이며 가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채찍을 휘둘렀다.
심통한번 부렸다가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얻어맞은 말. 화풀이는 속으로 오늘 당한 이 수모를 언젠가는 꼭 몇배로 되돌려 주겠노라며 이를 드륵 드륵 갈았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내가 오늘 이순간을 영원히 기억해 두리라. 아무리 말 못하는 말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날 개패듯 팰수가 있어. 니가 그러구도 사람이냐. 이 말만도 못한 인간아"
그날은 화풀이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로 화풀이는 호시탐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꽃피는 춘삼월이 오고 말에게도 발정기가 찾아왔다. 경주마라는 이유로 일년 365일을 마방에 갇혀 있는 것도 억울한데 발정기에는 거시기도 못하니 화가 치밀었다. 거기다가 그 동안 이유없이 얻어맞은 것을 생각하니 이상사에 대한 복수심이 두배 아니 세배로 컸다.
드디어 마요일. 마요배 대상경주가 펼쳐지는 제 7레이스였다. 그 동안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인기마 화풀이도 당연히 출전. 7번마로 나오는 화풀이는 대상 경주 우승 예상마였다.
화풀이는 속으로 오늘이야말로 관리사 이상사에게 복수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예시장에 화풀이가 나타났다.
이상사는 얼굴에 가득 웃음을 머금고 인기마 화풀이의 고삐를 잡은채 예시장에 들어섰다.
화풀이도 역시 두눈을 크게 뜨고 관중을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화풀이의 미소에 관중들은 우승을 확신한 듯 환호를 질렀다.
관중들의 환호물결 속에 예시장을 한바퀴쯤 돌았을 때 화풀이가 갑자기 요동을 쳤다. 이상사가 당황한 나머지 잡았던 고삐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이상사가 자세를 낮춰 놓친 고삐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 화풀이가 오른쪽 앞발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밟아 버렸다. 육중한 체중이 실린 앞발에 짓눌린 이상사. 이상사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졌다. 관중들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놀라서 숨을 죽인 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화풀이는 이상사를 밟았던 앞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이상사는 재빨리 빠져 나오려고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화풀이의 앞발이 다시 이상사의 몸을 밟았다. 이상사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화풀이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풀이는 다시 한번 발을 번쩍 들더니 이번에는 이상사의 얼굴을 밟아 버렸다. 그리고는 관중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마치 속으로 "짜샤, 그러니까 평소에 잘해. 알았어? 말이라고 까불다간 큰코다친다구. 내가 오늘 확실하게 밟아주마. 이건 니가 그동안 나한테 했던 빚 이자까지 쳐서 갚아주는 거야"
이상사는 그대로 병원에 실려나갔고 화풀이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경주에 출주해서 대상경주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상사는 그뒤로 퇴원을 하고 나서도 영영 마방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
수정일 2003년 05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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