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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바람의 수필] (11) 남들이야 어찌되건 말건 나만 잘되면 그만?
2006/03/18 00:00
입력 조회수 : 745
간밤에 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무섭게도 퍼부었다. 천둥 번개까지 우당탕 거리며 조용한 밤을 뒤흔들어 놓았다. 번개가 번쩍거릴때마다 창문틈으로 하이얀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간이지만 번개가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대낮같이 밝았다.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온다던 기상청의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겨울이 지나자마자 비가 내린다. 도둑이 제발저린다는 말이 생각난다. 천둥번개가 치면 혹시 내가 평소에 잘못한것은 없나 하고 섬뜩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밤새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잠깐 잠깐 눈을 붙이던 토끼잠마져 빗소리에 달아나 버리고 머리속엔 대신 잠자던 온갖 공상들이 깨어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나이는 군대3년을 가지고 남은평생을 우려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팔팔한 청춘시절을 바친 군대생활의 힘들고 고생한 기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일게다.
군대시절! 참으로 우여곡절도 많고 사연도 많지만 지나고 보면 고생마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오죽하면 남자들 서넛만 술자리서 모이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대화의 단골메뉴가 바로 군대얘기가 아닌가.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고 재미있는 군대얘기가 나왔으니 나도 잊을수 없는 한토막. 내가 상병일때 졸병이 이등병달고 들어왔다. 노래를 시켰다. 노래를 꽤 잘불렀다. 사회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노래였는데 가사마다 사연이 애절한 노래였다.
그노래를 듣다보면 고향생각에 북받쳐 고참이나 졸병이나 챙피한줄 모르고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정도로 가슴이 찡했다. 시간만 나면 그 졸병을 붙잡아다 세워 놓고 고참들이 노래를 시켰다. 하루종일 몇날 며칠을 시켰으니 이졸병 결국엔 목이 퉁퉁 부어가지고 목이 쉬다못해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그 졸병 덕분에 나중에는 우리부대원들이 그노래를 더 잘불렀다.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우습기도 하지만 참으로 잊지못한 군대추억이다.
자꾸만 머리속이 타임머신이라도 탄듯 겉잡을수 없이 지난 과거로 돌아간다. 어렸을때 산골의 머루다래 따먹던 시절. 한여름 밤이면 마당에 모닥불 피워놓고 밀짚 멍석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지.
밤하늘에 총총이 박힌 수많은 별들. 긴 꼬리를 남기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공상에 빠져들다 잠이 들곤 했었다.
결코 돌아갈수 없는 아름다운 시절은 이제 마음속의 아련한 향수로만 남아있을뿐이다. 사람들은 왜 자꾸만 자신만을 생각하는 걸까. 세월이 흐를수록 옛날의 정겹던 풍습은 사라지고 각박해져가기만 하는 사회가 걱정스럽다.
남을 제쳐야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풍토속에서 인간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려면 보다 동작빨라야 하고 눈치빨라야 하고 새치기하듯 약삭빠르게 살아야 대접받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학교에서조차 인성은 뒷전이고 성적순으로 우열이 매겨지는 학생들이 안쓰울 뿐이다. 초중고때부터 그렇게 길들여지며 자라나니까 어른이 되어도 모든것이 경쟁으로 자리매김 되어지는 풍토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가.
거기에는 인간성이나 양심이나 남을 배려하는 양보심등이 자리잡기가 힘들다. 남을 제쳐야 내가 산다는 경쟁심이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시공부에 사교육에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시달리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등이 휘도록 경제부담이 되는 요즘의 교육제도는 2중의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성적이 1등이면 1등에 맞는 일류학교 인기학과를 고집하는 선생님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철저한 열린교육으로 학생들에게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려서 부터 깨닫게 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적성은 무시된채 오직 성적만으로 학부모나 교사등살에 밀려 진로가 결정된다면 본인에게는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요즈음은 그런 관행을 깨는 일들이 간간히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멀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주변의 눈치 안보고 자신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것이 분명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정직하고 다소는 손해보는 듯 한 삶이 진정 아름답고 사람다운 삶일진데 그런 사람은 약간 모자라거나 현실에 둔감한 능려없는 사람으로 치부돼 버리기 십상이다.
개인이나 회사나 가정이나 국가나 모두가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삭막한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환경이 파괴되건 말건 개발부터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부치는 사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민 단체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동강댐도 왜 정부당국에선 굳이 강행하겠다는 건지 정말 모를 일이다. 수천 수만 아니 수억년 세월을 지켜온 우리 자연을 우리가 스스로 개발한다는 미명아래 파괴한다면 우리후손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길거리만 나가보자. 거리마다 넘치는 차량들. 가뜩이나 밀리고 체증이나 답답한데 서로 앞서가려고 추월을 일삼고 자칫 마음에 안들면 다짜고짜 주먹질에 욕설부터 내뱉는 운전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잘못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남부터 기죽이고 보자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전철만 한번이라도 타보자. 사람들이 내리고 오를때마다 생기는 빈자석에 번개같이 뛰어들어가 엉덩이부터 들이밀고 앉는 염치 없는 사람들.
심지어 노약자석에 새파란 젊은 승객들이 다리까지 꼰채로 졸면서 앉아서 가고 있다. 정작 노약자들은 앞에 서서 힘들어 하는데도…. 유럽에 배낭여행 간 대학생이 전철을 탔다고 한다. 전철안에 승객들이 발디딜틈도 없이 만원인데 이상하게 노약자석이 텅 텅 비어있었다.
사람들은 참 바보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그 한국인 대학생이 우리나라에서 하던 식으로 승객들을 밀치고 들어가 노약자석에 앉았다. 그때부터 주변의 승객들이 놀란 눈으로 노려보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노약자석은 아무리 밀려도 빈자석으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노약자들이 앉을 때까지….
줄서기는 또 얼마나 동작이 빠른가. 명절연휴 교통편을 예매하려고 몇시간전부터 줄을 선다. 그러나 막상 예매시간이 되면 옆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순식간에 새치기하여 끼어든다.
몇시간씩 줄서있던 사람들을 밀어내고…. 우리주변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불과 얼마전에 아파트 청약접수 하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것도 3일전부터 줄서서 기다린 사람들을 폭력배까지 동원해서 새치기를 했으니 정말로 통탄할 일이다.
사람들은 왜 자꾸만 위만 보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가끔씩은 아래도 내려다보고 자신의 주변도 돌아보며 사는 여유도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위만 보고 살아가면 의욕이 앞서고 의욕이 앞서다 보면 욕심이 되고 그러다 보면 과욕이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아엠에프 터지기전 과소비에 흥청망청 대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나. 그런 정신이 결국 오늘의 경제난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모두들 자신의 자리에서 분수를 지키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려울때 서로 도와 가면서.
힘들때 어깨라도 한번 툭 쳐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사람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한다. 비오는 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
수정일 2003년 05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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