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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76) 청와대앞 1008일째 1인시위 사법피해 여성의 제헌절 피맺힌 절규
2006/05/16 00:00
입력 조회수 : 853
[세상엿보기] (76) 청와대앞 1008일째 1인시위 사법피해 여성의 제헌절 피맺힌 절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한여름 대낮에 머리위로 내리 꽂히는 땡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청와대 앞에서 하루종일 피켓을 들고 서있는 남귀옥씨(56).
오늘도 그녀는 그렇게 청와대 앞에서 흰 소복을 입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1008일째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여자.
▲ © 피플코리아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해서 나오는 것은 한숨과 증오심뿐이라는 그는 이제 눈물마저 말라붙어 버려 울음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이 여인을 이토록 억울하게 했단 말인가.
마침 오늘은 7월17일 제헌절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 시행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헌법이 무엇인가. 국민의 안정과 질서를 위해 국가가 법을 제정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축제의 날이 되어야 할 이 성스러운 제헌절에도 남귀옥씨는 사법피해를 당한 억울함을 이토록 처절하게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흰 소복 속으로 빗물처럼 땀이 흘렀습니다. 이 더러운 세상 이렇게 슬프게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지…….”
기자와 눈이 마주친 그는 온갖 회한이 복받쳐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억울하고 분함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힘없는 사람은 발붙이고 살 곳이 없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그토록 피를 토하며 청와대 앞에서 1000일이 넘도록 억울함을 호소해도 누구하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
그동안 겪은 일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는 그녀는 세상에 짐승만도 못한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약육강식이 판치는 치 떨리고 더러운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그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도 억울함을 풀지 않고는 한이 맺혀 그럴 수도 없다며 절규한다.
약자를 차별하고 폭력을 방치하는 것은 나라가 죽은 것이라며 흰 소복을 입고 국가를 상대로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그가 왜 이토록 한 없이 애처로워 보이는 걸까.
사법피해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록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한 남편의 아내로써, 1남2녀의 어머니로써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는 그는 자신의 삶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부산에서 조그만 아구찜 가게를 하던 그가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2000년 여름. 한 건설업체가 1991년 가게 앞 빈터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식당 1.5m앞에 놀이터를 짓고 공유도로까지 가로 막아 식당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그의 삶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거대한 공권력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곧바로 건물간 이격거리를 5m이상으로 규정한 건축법을 들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94년에는 막힌 도로를 뚫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리고 98년에는 놀이터사용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냈다.
하지만 법원은 번번이 건축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변이었던 가게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막다른 골목 끝집이 되었으니 찾아오는 손님도 뚝 끊겨버렸다. 그러니 장사가 될 리가 없었다. 결국은 94년에 가게문을 닫고 소송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빈털터리가 되자 마지막 수단으로 나홀로 시위에 나선 것이다.
4계절이 두 번 지나가고 또 다시 여름을 맞은 1000일 동안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클까.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에서 노숙도 했고 3차례 구류와 7차례 강제 귀가되는 고초도 겪었다.
시위 장소도 청와대 진입로(효자로) 초입에서 지난 5월 청와대 앞이 개방되면서 외국 정상들이 묶는 영빈관 앞으로 옮겼다.
조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는 그는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흘러도 억울함은 풀리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2001년 12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눈에 띄어 김학재 당시 민정수석의 손을 잡아 보기도 했고 한때 해결의 기미도 보이는 듯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죽어야 해결된다면 청와대 앞을 무덤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하며 입고 있는 흰 소복을 추스르는 그의 얼굴에는 약자의 무력함이 묻어난다.
그는 요즘 국립중앙박물관 입구에서 잠을 자고 새벽 5시에 청와대 앞 시위 장소로 ‘출근’한다. 눈보라 치는 한겨울에도 폭풍이 몰아치는 장마철에도 요즘 같은 폭염날씨에도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해온 그는 이제 온 몸이 쑤시고 아파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부르르 치를 떤다.
검찰과 법원 구청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면 소복을 벗고 남편과 1남 2녀의 자녀가 기다리는 부산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하루빨리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김명수
www.peoplekorea.co.kr
>
2003년 07월17일 23시30분
[
김명수기자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sshss29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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