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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5) 양쪽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2006/11/27 00:00
입력 조회수 : 813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5)
2004년 02월11일
허리가 이상 있을까봐 많이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아직까지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몰라 나머지 왼쪽 허리에도 파스를 붙였다.
우선생님이 일하기 전에 파스를 붙이라고 몇 번이나 강권하는 바람에 허리에 쌍권총을 차듯이 양 허리에 파스를 붙인 것이다.
어젯밤에 온다던 친구 상규는 오지 않았다.
밤 12시에 통화를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었다면서 못가겠다고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눈이 올 모양이다.
안그래도 일기예보에서 눈이나 비가 온다고 했다고 한다.
아침을 먹는데 외국인 인부가 밥을 먹으러 왔다.
공사판에 조선족 교포들이나 방글라데시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한국인보다 다소 저렴한데다가 그들은 휴일이나 명절이 돼도 마땅히 갈만한데가 없어서 아무 때나 일을 마음 놓고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사판에서 그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말이 잘 안 통하니 말도 잘 안하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쉬는 날에도 특별히 일터를 떠날 수도 없으니 그들을 많이 쓴다는 공사현장 사람들의 말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오전에 측량을 했다.
차량 통행량이 너무 많아 소음 때문에 무전기 소리가 잘 안 들려 애를 먹었다.
다른 날에 비해 오늘은 좀 수월하다. 크게 힘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현장 사무실 청소를 했다. 주방이며 화장실이며 사무실 입구에 있는 장식장이며 쓰레기가 쌓인 박스를 모두 치우고 걸레질을 했다.
걸레를 계속 빨고 바닥을 닦기를 반복해도 오래 된 때라 잘 닦이지 않는다.
오늘은 그동안 4일째 계속 암반청소를 해놓은 곳을 암(岩)측정을 받았다.
결과가 예상보다 좋게 나와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오늘 저녁은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친구 최국장과 사무실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늘 오후 뜻밖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실미도로 끌려간 공작원(SBS 최근방영) 옥천 장명기의 여동생이라면서 김명수기자의 다큐멘터리 40부작을 보고 전화했다고 한다.
돈벌어 오겠다면서 나갔다가 실미도로 끌려가 억울하게 죽어간 오빠의 한 맺힌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가 없느냐면서 흐느껴 우는 동생의 울부짖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내게 생생하게 전해져 내 마음도 말할 수 없이 숙연하고 비통했다.
중학교 동창인 한동네 7명이 한꺼번에 끌려가 생죽음을 했다는 장명기 공작원 여동생의 절규어린 사연을 듣고 그들의 유가족을 만나 실미도 다큐멘터리 40부작에 이어 다시 후속 취재를 하기로 했다.
40부작 다큐멘터리를 쓸 때는 물론이고 연재를 마치고 나서도 억울하게 사라져간 실미도 684 부대 공작원들의 신원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무도 그들의 신원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세월이 지나니 그때 쓴 다큐멘터리가 실미도 붐을 일으키면서 실미도 영화로 이어지고 SBS에 특집으로 나가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공작원들의 신원이 조금이나마 밝혀지게 되어 나에게까지 제보 전화가 왔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공작원 장명기의 동생 장명선씨는 육영수 여사의 고향에 산다는 이유로 그렇게 억울하게 실미도 공작원으로 끌려가 억울한 죽음을 하게 되었다면서 오빠의 명예만이라도 회복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전화로 절규한다. 아! 슬프고도 비통한 우리 역사여.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
수정일 2004년 06월10일 08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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