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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00) 열린 무대 지하철 공연
2007/04/19 00:00
입력 조회수 : 884
[세상엿보기] (100) 열린 무대 지하철 공연
지난 토요일 오후. 마침 한글날이라 혹시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집을 나섰다.
가벼운 마음으로 4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가 동대문 운동장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흥겨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이며 따라가 보니 평소 눈여겨 봐 두었던 상설 공연장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항상 비어있는 공연장을 지나칠 때마다 “여기는 도대체 누가 언제 공연을 하는 거야?” 하고 혼자 투덜거리곤 했는데 바로 그 지하철극장(SUBWAY THEATER)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가수가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주말 오후 복잡한 서울 도심의 지하철 환승역에서 벌어지는 엄진서의 라이브공연장. 방송을 타지 않은 탓에 아직까지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앨범도 내고 지하철 무대 등을 두루 돌면서 음악 활동을 많이 해온 실력있는 가수라고 옆에서 귀띔한다.
뜻하지 않은 알짜 공연을 보게 되었으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만 가만 다가가 무대 앞에 앉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던 발걸음 멈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이브 가수가 펼치는 공연 삼매경에 푹 빠져 어깨춤을 추는 사람들을 헤아려 보니 40여명 남짓.
종종 걸음으로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도 신기한 듯 연신 공연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걷거나 아예 객석에 끼어들어 공연을 관람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혼신을 다해 부르는 가수의 열창은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에너지를 토해내듯 목에 핏발을 세우며 내지르는 노래 가락 하나하나마다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관중도 가수도 한 덩어리가 되어 신명이 났고 공연장의 분위기 또한 갈수록 뜨거워 졌다.
‘사랑을 위하여’, ‘이등병의 편지’, ‘존재의 이유’, ‘준비없는 이별’, ‘너에게로 또 다시’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쏟아내며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는 그 어느 유명가수 보다도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의 노래에는 혼과 힘이 실렸다. 온몸을 쥐어짜듯 앞으로 앉았다 일어섰다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뒤로 젖혀 가면서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다.
한사람이 일어나면 그자리에 또 한사람이 채워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계속 바뀌지만 객석은 여전히 빈틈이 없다.
무대 양쪽 가판대에 가지런히 쌓인 엄진서의 앨범이 처음에는 눈길 한번 받지 못하더니 공연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한장 두장 팔려나간다.
즉석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확인한 사람들이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가는 것이다. 방송을 타지 않은 가수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이토록 힘이 든다.
인기 가수들이야 음반을 내기가 무섭게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고 어디를 가건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은 아무리 노래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원천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열린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노래 부르는 가수를 보면서 한줄기 희망을 발견한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길거리 공연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저런 가수가 바로 진정한 가수가 아닐까.
저런 열정을 가진 가수라면 머지않아 팬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팬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가수로 거듭 날것이라고 믿는다.
공연 마지막 곡으로 가수가 ‘창밖의 여자’를 부를 때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어깨춤을 추면서 함께 따라 부르고 있었다.
조명발 화려한 무대도 아니고 복잡하고 어수선한 지하철 역내에서 덜렁 마이크와 통기타 하나 만으로도 저토록 사람들의 가슴을 녹이는 숨은가수가 있다는 것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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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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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11일 16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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