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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 향학열에 교실 `후끈`…올해로 30돌 맞은 방송통신고
2007/04/20 00:00
입력 조회수 : 903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실시 논란으로 귀가 아픈 와중에 방송통신고가 올해 30돌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고의 존재에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전국 39개 공립고교에 부설돼 1만3000여명이나 재학하고 있다는 것, 쌍방향교육을 위해 사이버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등은 모르고 있었다.
방송고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은 우리나라에서고졸 학력을 갖지 못한 이는 820만여명, 무학자는 200만여명으로추산하고 있다. 교육담당 기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그야말로 ‘무식이 통통 튀었다’고나 할까. 개발원의 김규태(34) 박사는 기자의 이런 무지를 다시 한번 자극했다.
“당장 방송중학교 설립이 필요합니다. 음지에서 배움에 대한 한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정말 절실합니다.”김 박사는 4년째 방송고 운영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젊은 박사는 방송고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중년의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고눈물을 펑펑 쏟는 것을 본 이후로 이른바 교육소외 계층을 위해일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게 됐다.
“방송고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방송통신대와 야간대학교가 주류를 이룹니다.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고, 아무래도 수능 성적이 일반고에 비해 떨어지는 까닭이지요.” 김 박사는 방송고가 대학의 관문으로서 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의 잃어버린 희망을 찾는 마당이 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일요일인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문동 경동고교 운동장을 찾았다. 이 학교 부설 방송고 학생들이 체육대회를 연다고 해서였다.
작은 행사려니 했는데,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축구, 피구경기를 하고 노래자랑도 하는 큰 잔치였다. 대부분 중씰한 아저씨·아줌마 학생들이었고 간혹 20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 잔치엔 방송고 전국연합 학생회장인 함동용(40·영등포고 3학년)씨도 참석했다. 함씨의 고향 친구는 현재 한 방송고의 교사로재직하고 있다. 방송고 학생들은 함씨처럼 늦깎이로 방송매체를 통해 공부한다는 점 때문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연대감이 강하다.
함씨를 도와 연합학생회 총무 일을 하고 있는 이미숙(43·수도여고 3학년)씨는 “학생들이 모두 배움에 대한 열망의 응어리를 남모르게 품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너무 아껴준다”고전했다. 2주마다 갖게 되는 일요일 출석수업의 분위기도 진지할뿐더러 비슷한 나이 또래의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도 남다르다는것이다.
이씨는 최근 야간대학 수시 2학기에 응시원서를 냈다. 성년이 된이후로 꿈속에서만 그려왔던 일이기 때문에 말그대로 감개무량이다. 시골에서 태어난 이씨는 남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기업체에 입사해 일을 해야 했다. 남다른 성실성으로 사내에서인정을 받았으나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2년제 전수학교를 다닌적도 있다. 지난 86년 결혼한 이후로도 학업에 대한 소망이 컸지만,큰아들이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희귀병에 걸리는 바람에 자신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시아버님과 남편이 이해를 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뒤늦게나마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전 정말 행복합니다.”
이씨가 안타까운 것은 주부 학생 중에 남편 모르게 방송고를 다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학력을 무척이나 따지는 우리 사회의 풍토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숨긴 채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장을 받은 후에야 알린다는 것이다.
“자녀들 환경 조사서에 학력을 속여서 쓰는 심정을 생각해보세요. 못 배운 사람들이 학력을 당당히 드러내놓고 공부하고 싶은 열망을 충족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됐으면 해요.”
이씨는 요즘 신입생 모집 홍보활동을 하며 전단지 붙이는 일에애를 먹고 있다며 웃음을 섞어 이렇게 말했다.
“방송에서 공익광고로 방송고 학생모집 방송을 해주면 안될까요.”
문화일보 2004-10-12 11: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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