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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3) 허기와의 싸움
2007/04/23 00:00
입력 조회수 : 898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3) 허기와의 싸움
2004년 03월 10일
먹기가 무섭게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말. 그대가 배고픈 고통을 아는가. 노가다를 하면서 매일 체험하는 말이다. 공사판에 뛰어든지 벌써 한달 하고도 열흘이 넘었다.
단 며칠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보란 듯이 노가다 판에 적응해나가고 있으니 사람을 외모로 섣불리 판단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제는 나를 아는 사람 중에 나를 보고 노가다판 체질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기는커녕 이 바닥에 더욱 재미를 붙여가고 있으니 이쯤 되면 혹시 노가다 체질?이 아닐까 싶다.
공사판 막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아니었다.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수 있다.
도저히 힘들어서 못할 지경이면 일하는 속도를 조금 늦추거나 잠깐잠깐 쉬었다 하면 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배고픔이다. 그 어떤 설움도 참을수 있는데 배고픈 설움만은 참을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속 모르는 사람들은 딴지를 걸 수도 있다. 요즘 세상에 배곯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삼시 세끼를 꼬박 꼬박 챙겨먹으면서도 배가 고프다는 소리가 많이 튀어나온다. 나 역시 그렇다. 배고픈 고통을 날마다 체험한다. 배고픔과의 전쟁을 벌이는 기분이다.
왜 배가 고픈지 좀더 설득력있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우선 하루 일과가 일반 직장 보다 2시간 빨리 시작된다. 새벽 7시부터 하루 일이 시작된다.
아침 식사는 보통 6시 30분에 먹는다. 보통 샐러리맨이 아침 9시에 하루 일을 시작해서 12시에 점심 먹고 저녁 6~7시면 하루 업무가 끝난다. 점심시간 빼고 하루 8시간 근무.
노가다판에서는 새벽 7시에 일을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난다. 점심시간 빼고 하루 10시간 근무.
보통 샐러리맨은 아침 9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3시간이 지나면 낮 12시 점심시간이다. 공사판에서는 새벽 7시에 일을 시작해서 5시간이 지나야 낮 12시 점심 시간이다.
두시간이 더 길다. 육체노동이라 일은 더 힘들고 아침 점심 시간차는 오히려 두시간이 더 길다. 그러니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배가 고플수 밖에...
더구나 식사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함바집들은 대부분 음식 맛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을 받는 일반 식당과 달리 공사판 사람들을 대상으로 맛과 상관없이 매 끼니를 대놓고 먹는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맛이 없으면 저절로 손님이 끊어지는 일반식당에 비해 장사가 수월하다. 그것이 문제다.
맛이야 있건 없건 상관 없이 정해진 손님들이 끼니때만 되면 제발로 찾아오니 아무래도 맛으로 승부를 거는 일반식당과는 차이가 있다.
대부분 함바식당 음식이 부실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처음에는 그것을 몰랐다.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기 전에 배가 고프다. 그러다 보면 허기를 채우기 위해 든든하게 먹어두려고 과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돌아서기가 무섭게 허기가 지는 것이었다. 음식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음식이 부실하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 것이었다. 쌀이 안좋아 밥을 해도 찰기가 없고 반찬 역시 기름진 음식이 없고 매일 풀(채소)만 먹으니 그럴수 밖에...
음식은 부실하고 일은 힘들고 일하는 시간까지 더 많으니 밥숫가락을 놓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허기가 지는 것이었다.
아침을 먹은 후 4시간(아침 10시 30분)이 지나면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가죽과 달라붙고 허리가 꺾이는 기분이다. 혹시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같이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거의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아침 점심 저녁을 꼭꼭 챙겨먹는 이유는 힘든 육체노동을 하려면 부실한 식사라도 해야 견딜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밥심으로 산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노가다판에서 몸이 부실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졌다. 화제를 일로 넘어가보자.
오늘도 차광막으로 경사면을 덮는 작업을 했다. 아래를 내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경사가 심한 현장을 오르 내리면서 너무도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혹시나 했는데 오늘 역시 안전고리가 달린 안전로프도 없이 미끌미끌한 나일론 줄에 아슬아슬 매달려 서커스 곡예를 하는 것처럼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미끄러운 나일론 줄이라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줄을 잡은 손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쭉 쭉 미끄러지곤 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일을 했다.
중심을 잡고 서있기 조차 힘든 급경사면에서 한손엔 줄을 잡고 다른 한손엔 망치와 철근심을 들고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왔다 갔다 하면서 차광막을 덮어나가는 친구를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고 일을 하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이거야 말로 확실한 인재(人災)다. 그러나 친구는 십수년을 노가다 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바닥의 베테랑답게 무난히 오늘의 임무를 완수했다.
배가 고프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식당에 달려가 푸짐하게 식사를 했다. “아줌마, 밥한공기만 더 주세요” 음식이 부실하여 아무리 살로 가지 않는다 해도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니 어쩌겠는가.
밥 두 그릇을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다니 오늘은 유난히 배가 고팠나 보다.
벌써 밤이 깊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도 눈을 붙여야지. 이불 속으로 “실시”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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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10월16일 10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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