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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6) 일머리
2007/05/12 00:00
입력 조회수 : 955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46) 일머리
2004년 03월 13일
몸으로 먹고 사는 노가다 판에서도 머리를 쓰면 몸이 고생한다. 관리자가 특히 그렇다. 관리자가 인부들에게 일을 시키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공사판 잡부(보통인부)들은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 무슨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을 시키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 일을 한다. 그래서 잡부다.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온갖 잡스런 일을 다 하는 인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오죽하면 잡부들 사이에 개처럼 여기 저기 끌려 다니며 시키면 시키는대로 한다고 해서 ‘개잡부’ 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왔을까.
노가다 판에서 목수와 미장이로 20년 잔뼈가 굵은 친구 흥기가 겪은 일화가 재미있다. 하루는 일이 없어서 용역시장에 나갔는데 미장이 보조를 맡았다.
그런데 그날의 주역인 미장이가 일이 서툴렀던 것이다. 그 바닥에서 산전 수전 다 겪어 눈으로 대충 보기만 해도 한눈에 훤하게 꿰뚫어 보는 친구의 눈에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아무말 없이 사수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겉으로 말은 안해도 보고만 있자니 속으로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 할일은 똑바로 못하면서 보조에게 “이거 해라” “저거갔다 달라 달라” 는 등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를 않고 심부름을 시켜댔다.
그래도 오늘의 임무는 사수가 아니라 보조였기 때문에 내색 한번 안하고 시키는 대로만 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했다.
전문 미장이가 달라 붙으면 두시간이면 거뜬히 해치울 일을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가 넘어도 계속 주물러 터뜨리고 끝날줄을 몰랐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앞으로 몇시간을 더 붙잡고 있을지 답이 안나왔다.
보다 못해 보조가 미장이를 불렀다. “아저씨! 서로 역할을 바꿔서 아저씨가 보조를 하고 내가 미장일을 할까요? 아저씨는 보조로 여기 가만히 앉아 쉬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나는 내가 받기로 한 일당 받고 갈테니 아저씨도 오늘 받기로 한 일당 받고 가십시오. 내가 30분안에 끝내겠습니다.”
보조의 말에 미장이가 별 희한한 사람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쳐다보고 있다가 말을 건넸다.
“이런일 해보셨어요?”
“예, 조금 할줄 압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흙칼 이리 주세요.”
“아저씨는 여기 가만히 앉아서 쉬고 계십시오”
그리고는 흙칼을 건네받고 일을 하기 시작한지 20분에 모두 끝냈다. 일을 끝내고 일어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장이가 물었다.“아저씨는 왜 그렇게 기술이 좋은데 보조로 나오셨어요? 일당이 절반밖에 안되는데...”
“내일이 없어서 인간시장(용역시장)에 나왔으니 어디든 팔려 가는 데로 가야지 어떡합니까. 오늘은 보조로 가라고 해서 그렇게 왔죠.”
“아하 그러셨군요.”
그날 일당을 받은 그 미장이는 자기 몫에서 1만원을 떼어내서 보조에게 주었다. 일을 하다 보면 일머리를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역할이 서로 뒤바뀌어 사수와 조수로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머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는 그렇게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 그럴때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보조역할을 맡았으면 옆에서 일 못하는 사수를 지켜보기가 답답해도 어쩔수가 없다. 그러니 관리자가 머리가 안돌아가면 인부들의 몸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지 굳이 말을 안해도 짐작이 간다.
오늘은 토요일. 하루종일 암반 청소를 했다. 삽으로 흙을 퍼내고 빗자루로 쓸기를 반복하니 어깨, 팔, 허리, 무릎, 다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배는 왜 그렇게 고픈지 허리가 접히는 기분이다.
힘들게 하루 일을 마치고 식사를하려고 내려오니 자재가 왔단다. 식당으로 가려던 발길을 돌려 급하게 자재를 받으러 갔다.
유로폼 120장. 한사람은 받고 한사람은 쌓기를 1시간 남짓. 하루 종일 삽질을 하고 암반청소를 하느라 허기가 지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자재를 받아 쌓다 보니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다 써버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이 든다.
주말인 토요일인데도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오후 6시가 넘어 밤이 되었다. 친구는 밤늦게 세차를 하고 저녁을 먹은 후 대전 집에 갔다가 내일 새벽에 온다면서 8시가 넘어서 출발을 했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지 2주 만에 집에 가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몸도 마음도 고단한 하루였다. 어김없이 찾아온 토요일 밤. 이제는 같이 일하는 친구조차 집에 가고 현장 사무실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밤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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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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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12월28일 06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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