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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0) 비오는 날 밤의 여행
2007/06/19 00:00
입력 조회수 : 903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50) 비오는 날 밤의 여행
2004년 03월 17일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내린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면 노가다판은 공치는 날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목수팀은 모두 자리를 뜨고 현장에 없다.
하늘을 보니 비가 많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 칠 듯 말 듯 감질나게 내리는 비. 펑펑 쏟아지면 확실하게 일을 못하지만 이런 날은 아니다.
아침을 먹고 현장 사무실에 올라와 일을 하려니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아무래도 일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날은 삶의 재충전을 위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것이다. 잡부도 삶의 재충전은 필요하니까.
자 우리 떠나자 강릉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친구인 흥기의 제안에 여행 좋아하는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언제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강릉으로 바람이나 씌러 가자고 했더니 선배와 함께 나오겠다고 한다.
흥기와 둘이 꾸질꾸질한 작업복 대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콧노래를 부르며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정과장이 보고 달려나와 오후에 암검측이 있으니 한사람은 남고 한사람만 쉬라고 한다.
여행을 떠날 꿈에 부풀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가 약간 넘었다. 적어도 오후 한 시 반까지는 현장 사무실에 들어와야 한다고 하니 시간을 활용하기가 난감했다.
친구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오후 세시 반에 출발하면 어떻겠냐고. 그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 일단 이곳 현장으로 오라고 했다.
일이 있으니 어쩔수 없지. 기왕에 칼을 뽑았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지 그냥 말수는 없으렸다. 한 시 반에 현장 사무실로 돌아오기로 하고 차를 몰고 나와 사우나를 하고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 사이에 내리던 비도 그쳤다. 암검측을 나온다니 어제 못한 암청소를 해야 했다. 친구와 함께 빗자루와 삽을 들고 암반청소를 계속했다.
친구가 서울을 출발했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마음이 급해졌다. 오후 두시에 나온다던 암검측반이 두시 반이 되어도 나오지 않아 불안했다. 친구가 용인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에라 모르겠다. 현장으로 택시를 타고 오라고 하고 일을 계속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와 임선배가 도착했다. 한 시 간을 기다려서야 청소가 끝났다. 두시에 나온다던 암검측반은 오늘 무산됐다고 한다. 한치앞도 알수 없는 세상. 암검측이 나온다는 말에 오전에 쉬지도 못하고 청소를 했는데...
시간은 늦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간다. 일행은 흥기, 최국장, 임선배 그리고 나. 흥기가 모는 트럭에 올라타고 강릉을 향해서 출발.
오후 4시 30분에 숙소를 떠나 7시 20분 강릉에 도착하여 교차로 사무실에 가니 김회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김회장의 안내로 안목 해성횟집에서 싱싱한 생선회를 먹었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엄소장도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주었다.
낮에 육체노동을 하고 밤에 먼길을 달려 왔건만 반가운 얼굴들을 보는 순간 고단함이 한순간에 봄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이럴때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룻밤 자고 가라는 호의를 뿌리치고 신성한 내일의 노가다 새벽 출근을 위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육체노동으로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저녁 먼길을 달려온 친구 흥기는 다시 밤새 차를 몰아 온길을 되돌아오는 수고를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가 훌쩍 넘었다.
아 밤이 깊었구나.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즐긴 공사판 잡부들의 밤의 여행. 몸은 고단하고 피곤했지만 모처럼 좋은 추억거리를 남겨준 특별하고도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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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5년 04월04일 07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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