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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09) “있을 때 잘해!”
2007/09/16 00:00
입력 조회수 : 1,231
[세상엿보기] (109) “있을 때 잘해!”
한 달 전쯤 뜻밖의 전화를 한통 받았다. 일 년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하는 모임에서나 얼굴을 마주치는 고교 동창이었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넘도록 전화 한통 없던 친구였기에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웬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대뜸 친구 왈 “자네가 1년이 넘도록 모임에 계속 불참을 해서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근황이 궁금하고 걱정되어 목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말을 한다.
동창모임에 빠진 것이 무슨 책잡힐 일은 아니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친구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싶은 자책감에 나도 모르게 미안한 생각이 순간 들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이리 얽히고 저리 꼬이는 자체를 결벽증에 가깝도록 워낙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저 단순히 만나서 저녁식사나 하고 객쩍은 농담이나 하면서 웃고 떠들다가 헤어지는 자리에 꼭 참석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또 한 번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는 전화가 아니라 문자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쇠망치로 뒷머리를 강하게 후려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한 달 전 불쑥 내게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안부를 물었던 바로 그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청천벽력같은 내용이었다.
속으로야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봐선 부러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던 친구였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길수가 있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아서 동창모임 총무를 맡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연을 들으니 샤워를 하다가 바닥에 넘어져 손을 쓸 틈도 없이 변을 당했다고 한다. 평소 워낙 호탕한 성격에다가 입담이 좋아서 모임 때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던 친구라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IMF 이후 하는 일이 꼬여 고생이 심하다는 말을 언뜻 언뜻 귓전으로 전해 들었으면서도 살아생전에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진지하게 나눈 적이 없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한 달 전에 전화가 왔을 때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만나서 얼굴이라도 한번 볼 것을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 막심했다. 이제 겨우 50을 갓 넘은 나이에 그토록 허망하게 세상을 뜨리라고는 그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비명에 간 친구 또한 자신이 그리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존재의 소중함을 있을땐 모르지만 떠나고 나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법. 친구는 갔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었다.
사람의 운명은 그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오늘 잘나간다고 해서 내일도 잘나간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부와 권세와 명예를 움켜쥐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떵떵거리며 살다가도 하루아침에 천길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수없이 많이 봐왔다.
오늘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내일의 울음이 남아있기 때문이요, 오늘 행복한 것은 내일 닥칠 불행을 위로하기 위한 전주곡이고, 오늘 흘리는 피눈물은 고통뒤에 찾아올 내일의 웃음이 더없이 크고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암시요, 오늘 불행한 사람은 내일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 배부르고 행복하다고 해서, 큰소리로 웃을 수 있다고 해서, 옆에서 춥고 배고프고, 불행에 빠져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웃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나의 행복은 누군가의 눈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이 지나고 당장 내일 자신이 체험할 불행의 자화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순간순간은 불공평할지 모르지만 한평생을 놓고 볼 때 세상은 너무나도 공평하고 정확하다. 세상에 태어나 어김없이 죽는 것도 그렇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것도 그렇다. 자신을 최대한 낮춰서 남을 위해 평생을 살다가 죽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 인물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오늘에 처한 환경이 힘들고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고통을 이겨내려는 힘이 커지고 고통속에서 환하게 웃을수 있는 여유도 내일의 희망을 믿기 때문이다.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있을 때 잘해!”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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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12일 23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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