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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피플](4) CF 프로덕션 '킬리만자로' 대표 박준수
2004/03/04 00:00
입력 조회수 : 684
[AD피플](4) CF 프로덕션 '킬리만자로' 대표 박준수
"CF감독을 하면서 신분상승이나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주머니에 넣고 혼자 외롭게 사는 것이 뭐 좋은 인생입니까? 저는 돈이나 명예보다는 CF나 원없이 찍으면서 외롭지 않은 장인감독으로 남고 싶습니다. 장인이면 오로지 일만 하고 거기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는 것이 옳다고 보거든요."
박준수 감독.
그동안 CF를 찍으면서 수많은 스타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특권'을 누려왔고 실력 짱짱한 감독이라는 명성까지 얻었으니 일에 빠져 외롭지 않게 사는 그야말로 복 받은 남자가 아닐까.
단국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하고 1983년 LG애드 디자이너로 입사한 것이 광고계 입문 첫발. 미술을 하면서 절제 없이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접해본 조직생활은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정신대'에서 '부자되세요'까지 400여편
디자이너 4년 만에 우연히 선배의 도움으로 CF PD로 발을 옮겨 3년 반 동안 일했다. 그러다가 당시 'CF감독 사관학교'로 통하던 '세종문화'의 이강우 전무로부터 감독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고 거기로 갔다. 그것은 숨막히는 조직에서의 탈출이었다. CF 감독으로 4년간 있다가 94년에 그만두고 지금의 킬리만자로를 차렸다.
"살다보면 좋은 선배도 있고 스승도 있지요. 제 인생의 첫 번째 스승은 LG애드의 '사수'로 있던 현상옥 국장님이었고 두 번째는 세종문화의 이강우 전무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웰컴'의 박우덕 사장님이었지요. 이분들을 만난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지요."
김정은과의 아주 특별한 인연
'킬리만자로'는 초창기부터 에바스화장품 CF, 프로스펙스의 '정신대' 편 들이 주목을 끌면서 CF 제작 프로덕션의 메이저 그룹으로 당당히 자리를 굳혔다.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척도가 바로 CF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모든 게 담겨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CF 하나 하나에 제 생각을 조금씩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움직여주고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그걸로 보람을 느끼지요."
그가 찍은 '부자되세요'는 크게 뜬 CF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물질적인 부자보다는 정신적으로 여유 있고 풍요로운 마음의 부자가 되기를 원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물질적으로 상처를 받았구나 생각하니 솔직히 마음이 아파요."
큰 뜻의 메시지를 시청자들이 너무 좁은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아쉬워하면서 그는 CF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기에 광고인의 의무와 책임감을 실감한다.
"CF를 찍을 때 저는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는 광고를 선호합니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런 아름다움을 느끼고 찾는 즐거움이 크거든요."
최근 히트작 '부자되세요'까지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서 나간 CF 광고는 모두 400여 편. 그만큼 그를 거쳐간 배우와 감독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는 김정은과 유독 인연이 많다. 연예계 데뷔 초창기 CF부터 그와 함께 해왔을 뿐만 아니라 018 CF '다쳐'역시 그가 찍은 작품이다.
지금은 스타가 된 김규리도 중2 때 그가 CF를 찍었다. 젊었을 때 유명하다는 배우는 다 찍어봤다. 하지만 그는 스타를 상품으로 본다.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그런 대상으로 볼 뿐이다.
한 우물만 파며 살다보니 어느새 CF업계의 고참이 되었다. CF감독으로는 거의 터줏대감 격. 그의 밑에서 기술을 익혀 독립한 감독도 많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고 싶다
제 아무리 길어봤자 1분을 넘지 않는 CF. 그러나 그 짧은 CF 하나의 기획에서 완성까지는 한 달에서 두 달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현장 촬영은 보통 이틀이면 되지만 편집에서 녹음까지는 1주일 정도 걸린다.
'부자되세요'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단 하루에 찍었다. NG를 거의 안낼 정도로 김정은과 박 감독의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하루에 가능했다.
"아침에 사람들이 일어나서 이거 보고 기분 좋아지기를 바라며 제작을 해요. 사랑얘기가 나오면 이런 사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 가정 얘기가 나오면 제가 출근한 동안 아내가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등을 하지요."
업계에서 CF와 관계없는 이름으로 회사이름을 지은 것은 킬리만자로가 최초다.
"조용필의 노랫말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고귀하게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어요. 그런 의미를 회사 이름에 담았습니다."
그는 CF를 찍을 때 시간별로 촬영계획을 꼼꼼하고 빈틈없이 세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 박 감독을 배우들이 피곤해할 법도 한데 오히려 더 좋아한다. 그와 CF를 찍으면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배우로 하여금 미리 미리 촬영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의 배려다.
CF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다
CF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다는 박 감독의 유일한 취미는 장미꽃 키우기.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옮겨 심은 장미 화분이 100개나 된다니 아파트가 아니라 장미화원 같다.
"장미는 손이 많이 가서 사람을 무지무지 귀찮게 하지요. 그래서 장미를 키우다 보면 생각이 없어져 무념이 돼요. '진정한 자유는 무념'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장미를 키우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본능이라고나 할까요. 일에 열중하는 것도 그 일환인 것 같아요. 일이 없으면 열병을 앓듯이 이상하게 몸이 아프거든요."
CF를 찍을 때 배우들을 편안하고 자유스럽게 대해주면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그의 말에서 배우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CF가 직장 일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즐겁습니다. CF를 통해서 저의 감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너무 기뻐요."
타고난 '끼'와 장인기질에다 피나는 노력을 더하여 그는 잘 나가는 CF감독이 되었다. 그의 밑에 들어와서 일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나 뽑지 않는다. 일은 좀 부족해도 인간성이 좋은 사람을 우선한다. 능력은 계발하면 되니까....
스타는 메시지 전달하는 일등상품
그가 보는 CF는 대중문화다. CF를 찍을 때 여러 발자국을 나갈 수도 있지만 대중들이 곧바로 따라올 수 있도록 반 발자국만 나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부자되세요' CF로 특별히 얻은 것은 없어요. 하지만 이걸 계기로 많은 광고주들이 저를 찾아줍니다. 어쩌면 그것이 얻은 개런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광고가 떴다고 해서 그 한 건으로 제작감독의 수입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는 진정으로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1년에 보통 30편 정도의 CF를 찍어왔고 많을 때는 50여 편까지도 찍었다. 그러니 늘 자기 생활이 없을 정도로 바쁠 수밖에....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남편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라고 믿고 가정에만 충실한 아내가 있었기에 오늘의 그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늘 아내에게 감사한다.
아내만큼 CF를 사랑하는 남자.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남은 인생도 CF에 걸기로 했다.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바로 CF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칸 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
2002/03/11 09: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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