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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3) 한생명이 태어났다
2004/10/11 00:00
입력 조회수 : 665
2000년 3월1일 오전 10시36분. 한생명이 태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내 조카를 얻는 순간이다. 산모가 수술실로 들어간지 30분만에 가장 포근하고 아늑했던 엄마의 자궁속에서 세상밖으로 나왔다. 일순간 침묵이 흐른다. 침묵을 깨고 들려오는 첫울음소리.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아이가 무사하다는 기쁨과 함께 수술실에 누워있는 산모의 얼굴이 떠올라 기쁨반 걱정반으로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간호사가 신생아실로 안고 들어간다. 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린다.
"어허 참 그녀석 울음소리 한번 우렁차다". 누군가가 던지는 말한마디에 긴장이 풀린다. 산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혹시 뒤탈은 없을지… 산모도 아기도 모두 무사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나온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한다. 울어대기만 한다. "아들입니다". 간호사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와"하고 기쁨의 함성이 터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본능적으로 터져나온 웃음이 멋적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가야 난 너의 외삼촌이란다. 힘찬 울음으로 세상에 태어났다는 첫신고를 한 너의 모습이 천사같구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아이. 너를 낳기 위해 엄마는 고통을 참고 살아왔단다. 네가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엄마는 모든 고통도 감수해 왔단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너를 대하니 세속에 물들어 안주하며 살아온 내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구나. 세상에 찌들고 얼룩진 내모습이 비쳐질것만 같아 순백처럼 깨끗한 너의 얼굴을 차마 똑바로 바라볼수가 없구나. 아가야. 너의 엄마는 너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왔단다. 앉으나 서나 틈만 나면 '우리 아이' 무사히 태어나라고 빌고 또 빌어왔단다.
그런 엄마의 지극정성을 먹고 너는 이세상에 태어났단다. 비록 초라하고 낡은 지하 셋방살이라 할지라도 엄마는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단다. 없고 쪼들리는 살림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근심걱정 하다가도 뱃속에 들어있던 너의 움직임을 느끼는 순간 무엇이 그리 좋은지 피식 피식 웃어대곤 했단다. 엄마는 하루 하루를 힘들고 어렵게 살면서도 너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지 아낌없이 할수 있단다.
산모가 약해 자연분만은 위험하다며 무려 예정일보다 5일이나 앞당겨 제왕수술로 났건만 체중 4.1kg의 우량아라니 기쁨이 두배로 크단다. 허약하여 제몸하나 추스리기조차 힘들어하던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너같이 큰 우량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의사선생님도 덕담 한마디 던지는 구나. 세상 환경이 낯설다고 울어대는 네옆에 나란히 누워있는 너의 엄마는 아직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고 있구나. 엄마는 아파서 울고 너는 그런 엄마품이 그립다고 우는 것 같구나.
아가야 이제 겨우 눈을 떴구나. 실낱같이 가는 그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 하구나. 작디작은 그 눈동자로도 세상이 보이는지 그것이 이 외삼촌은 궁금하구나. 네가 왜 그렇게 울어대는지 눈높이를 맞추면 그이유를 알것도 같은데 아직은 그것이 그리 쉽지 않구나. 너의 엄마도 아빠도 아니 이 외삼촌도 너하나 태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가슴조려 왔다는 것을 넌 아직 모르겠지. 네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란다. 아무튼 건강하게 자라다오.
세상살이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어도 너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단다. 마취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통증으로 일그러진 너의 엄마 얼굴에도 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만은 기쁨의 미소를 보내고 있구나. 아가야 내 조카야. 너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명수/
www.pkorea.co.kr
>
2000/04/13 17:05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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