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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7) 휴대폰에 밀려난 동방예의지국
2004/10/15 00:00
입력 조회수 : 600
휴대폰 하나 안들고 다니면 팔불출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철없는 초등학생이 휴대폰을 사달라며 부모를 졸라대고 고등학생은 휴대폰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휴대폰 공해가 심각하다. 고등학교 교실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이 가지고 온 휴대폰이 울려대는 통에 수업이 방해될 정도라니 말해 무엇하랴. 옆에 값싼 시내전화가 있는데도 굳이 시외전화요금을 무는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휴대폰이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폼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복잡한 아침 출근길 전철안에서. 사람들의 몸이 서로 붙을 정도로 초만원을 이루는 속에서도 휴대폰은 연신 울려댄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뒤로 자빠져 넘어질 정도로 건덕지가 없다.
심지어는 전철을 탈때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몇십분을 계속해서 통화를 해대는 몰지각한 경우도 보았다. "아무개니? /…/ 난데. 지금 뭐하니? /…/ 심심해서 그냥 한번 걸어봤어 /…/ 이따가 다시 할게. 잘있어라./ 이런 식이다.
옆사람의 기분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야근후 새벽에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가다 보면 핸드폰통화를 하면서 달리는 운전기사 때문에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텅빈 도심을 총알처럼 질주한다. 그것만으로도 혹시 이러다가 뒤집히거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어 조마조마한데 한수 더떠 휴대폰을 잡고 통화를 한다.
/여보세요? /…/으음. 동생인가? /…/ 지랄하고 자빠졌네/…/나 지금 광화문 지나고 있어. 쌍문동 손님 한분 모시고 가는 중이야/…/얼마 벌었어?. 입금은 다 채웠니? /…/ 난 오늘 허탕이다. 겨우 입금채웠어 /…/ 그럼 다음에 다시 보자. 졸음운전 하지 말고. 안전운전 잊지 말고. 특히 과속운전 하지 말거라이. 알았지. 그럼 이만 끊을게. 안녕/ 자신은 과속에 신호무시에 통화운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는 안전운전을 하라니 앞뒤 안맞는 이런 운전사의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몰라 혼란에 빠진다.
대입원서 마감일 극심한 혼잡을 이루는 접수창구는 또 어떠한가. 어느대학 어느학과를 갈까 결정하지 못하고 막판까지 우왕좌왕 하는 눈치 수험생들이 휴대폰으로 연신 통화를 해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이다.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약한 학과를 고르기 위해 다른 대학 접수창구에 가있는 가족들과 서로 휴대폰이나 워키토키로 연락을 하는 것이다.
소신이나 적성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그저 약한 학과를 찾아 구름처럼 몰려 다니는 저들을 볼때마다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의 허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막판에 어느 학과가 정원미달이라는 보도라도 나가면 순식간에 그곳으로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정원초과는 물론 경쟁률이 크게 높아지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휴대폰의 보급으로 생겨난 진풍경이다.
'어디라도 상관없으니 일단 붙고 보자'는 소신없는 수험생들에게 눈치작전을 부채질하는 수단으로 결국 휴대폰이 이용된 셈이다. 백주 대낮에 달리는 시내버스 안에서 여대생과 교수가 통화소음문제로 주먹다짐을 한 사건까지 일어났으니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민족의 자부심도 휴대폰 때문에 금이 가고 말았다. 이사건이야 말로 휴대폰은 사용하기에 따라 독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 경종이 아닌가 싶다.
김명수
2000/04/13 17:05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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