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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8) 못참겠다 욕설
2004/10/16 00:00
입력 조회수 : 575
냄비근성. 이거다 싶으면 순식간에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국민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평소엔 불우이웃에 무관심하다가도 불치병환자가 방송을 타면 쏟아지는 성금이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때뿐이다. 그순간만 지나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깡패근성.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는 철저하게 챙겨주지만 자신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죽건 말건 상관할바 아니다 식의 이기주의를 빗댄 말이다. 내형제 내핏줄에 무슨 일이 있다면 발벗고 나서서 해결한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칠정도로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다는 주먹세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깡패근성은 살아있다.
다혈질. 좋게 말하면 사나이답고 화끈한 성격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버럭 화부터 내고 보는 성질급한 자들이 아닌가 싶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인의 성격을 꼬집어 본다면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빼놓을수 없는 것 한가지. 바로 욕이다. 욕으로 얼룩진 우리사회를 바로 잡을수는 없을까?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말끝마다 욕설이 붙어나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IMF사태 이후로 그만큼 이사회가 먹고 살기 힘들고 각박해 졌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방송 드라마에서도 거친말들이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욕설은 이땅에서 고칠수 없는 고질병으로 굳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초저녁 골목길에서 50대 주부와 20대 여성이 치열하게 싸움을 한다. 싸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주민들이 창문을 열고 무슨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고 구경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주차문제가 발단이다.
비좁은 골목길을 서로 빠져나가려다 시비가 붙어 큰 싸움이 된 것이다.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먼저 욕설을 하면서 중년여인의 자존심에 불을 질렀다. 50대 여성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젊은처녀에게 건방지고 버릇없이 어디서 굴러먹은 짓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젊은 여성도 물러서지 않고 더욱 심한 욕설을 하면서 나이만 쳐먹으면 다냐고 자존심을 팍팍 건드렸다.
머리끝까지 울화가 치민 아주머니는 양손으로 상대방을 가볍게 밀쳤다. 그러자 젊은 여자는 아줌마에게 달려들어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쓰러진 아주머니가 다시 일어나 아가씨의 머리를 움켜잡으며 싸움이 걷잡을수 없이 커진 것이다.
경찰차가 와서 겨우 사태는 진정되었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기분 상하지 않고 웃으면서 지나갔을 일을 거친말 한마디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려 사태를 걷잡을수 없이 악화시킨 것이다. 우리사회를 혼탁시키는 미꾸라지같은 욕설을 이땅에서 영원히 추방시키고 싶다.
김명수
2000/04/13 17:05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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