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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69) 도전 열기구 탐험
2004/12/16 00:00
입력 조회수 : 643
샐러리맨 허민식(35). 주말이면 자신이 만든 열기구를 타고 아름다운 지상을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재미에 푹 빠지는 열기구 매니아다. 국내 첫 열기구 설계·제작자인 허씨는 10∼4월까지는 거의 매주 열기구를 탄다. 얼마나 열기구가 좋으면 하루에 아침저녁 두 번씩 탈 때도 있을까.
지난 3월23일 토요일 어렵게 시간을 내어 열기구 없는 세상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그를 따라 열기구 여행에 나섰다. 열기구 만화를 기획한 출판사 기획위원까지 합류하여 일행은 모두 3명. 어제까지 앞이 안보일정도로 심하던 황사는 멈췄지만 열기구를 타기에는 아직도 바람이 강했다. 내일은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서울 가락동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안성IC에서 빠져 나와 아산·둔포방향 45번국도를 달려 동양최대의 종합온천장 아산 스파비스에 도착한 것은 6시30분. 스파비스내 건강전문한식당 식도원에서 등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열기구에서 지상을 내려다 볼 때 가장 경치 좋은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300∼400M라고 한다. 더 이상 올라가면 축소판 지도를 보는 것 같아 실감이 덜하단다.
열기구는 상승기류가 없고 바람이 적은 새벽이나 해질 무렵에 타는 것이 상식. 해가 떴을 때 열기구를 타면 복사열로 생기는 상승기류를 빠져 나와 착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씨는 열기구를 타고 공중비행을 하다가 바람 한점 없어 그 자리서 한시간을 꼼짝 못하고 공포에 떨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열기구는 구름 따라 바람 따라 탄다. 비행기는 바람을 뚫고 가지만 열기구는 바람과 하나가 되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고도 따라 기류가 다 틀리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려면 고도를 조절해서 가고 싶은 방향의 기류로 옮겨 탄다. 열기구를 타고 구름따라 바람따라 자연과 하나되어 하늘을 이리둥실 저리 둥실 떠다니다 보면 하늘을 나는 손오공이 된 기분이다.
우리는 8시20분에 식당을 나와 바로 옆 숙소 스파피아 103호실에 여장을 풀고 내일의 무사비행을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다.
24일(일) 새벽 6시20분 숙소 출발. 어제까지 심술을 부리던 바람이 잠잠해져 열기구 비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상큼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아산시 염치음 동정리 충무수련원에 6시30분 도착. 여기가 바로 열기구 비행 이륙포인트다. 쉽게 말해서 열기구 비행장. 앞에 꽤 큰 호수가 있다. 염치저수지. 열기구를 차에서 꺼내놓고 조립을 하는 허민식씨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미리 포인트를 약속한 듯 노란색, 흰색, 빨간색등 3개의 열기구가 차례로 합류한다. 이날 모인 열기구는 모두 4개.
7시15분. 버너에 점화하여 더운 공기를 불어넣자 열기구가 축구공 모양으로 거대하게 부풀어오른다. 높이가 자그마치 27M나 된다.
7시18분 탑승을 마치고 20분 비상 시작. 일행 3명이 열기구에 매달려 지상에서 떠오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덜컥 겁이 난다. 이런 것을 두고 체감공포라고 하나보다. 그런데도 허민식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열심히 버너펌프질을 한다. 지상에서보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여행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존경심을 넘어 경외감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무섭고 겁이 나는데…
15M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공포분위기는 극에 달한다. 열기구 줄을 잡은 내손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열기구가 더욱 높이 솟아올라 아래가 까마득해지면서 신기하게도 공포감은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두둥실 구름을 탄 느낌이 든다.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쾌감이 밀려온다. 온몸이 짜릿짜릿하고 스릴 넘치고 흥분의 도가니에 푹 빠져드는 이 기분이 바로 쾌감의 극치가 아닐까. 상큼한 새벽공기가 더욱 기분을 좋게 해준다.
우리는 지금 호수위를 날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준다. 호수건너 산넘어 두둥실 떠간다. 바람속에서 바람과 하나되어 바람과 함께 날다보니 바람이 부는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고도계는 어느덧 94M를 가리키고 있다. 천하가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고도 148M. 계속 상승. 땅에서는 높아만 보이던 구비구비 능선길 정상이 모두 저만치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어렸을 때 뛰놀던 마을앞산을 넘으면 또 산이 있고 저산 넘어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또 넘어가면 또 산이 가로 막혀 있어 가도가도 영원히 풀리지 않던 신기루가 풀리는 기분이다. 열기구를 타고 가는 나에겐 이산 너머도 저산 너머도 한눈에 훤히 내려다 보이기 때문이다.
가는 방향 반대로 아산시내가 보인다. 커 보이던 호수도 손바닥같이 작아보이고 고도계의 상승신호는 계속 울린다. 풍선에 더운 바람을 채우는 버너점화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그 커보이던 호수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산과 계곡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출발지에서 멀리 날아와 버렸다. 아산 시내도 축소판처럼 작아보인다. 내려다보이는 사방이 물안개. 진달래도 피었다.
어느덧 일출이다. 일출을 보면서 비상한다. 고도 330M. 도토리 키재듯 옹기종기 모두 얕은 산뿐이다. 우리는 지금 고압선 철탑위를 날고 있다.
내려다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그것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을 날면서 일출을 보고 있노라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눈이 너무 부셔서 차마 일출장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7시56분, 조그만 지붕위로 천천히 가고 있다. 부풀어진 풍선 바람을 빼면서 급하강. 앞으로 쏠리면서 논 한가운데 착륙. 시간을 보니 8시 정각이다.
땅에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상승기류가 생기고 바람이 점점 강해진다.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다. 내린 포인트는 삼성 테크노컴플렉스 기숙사 지나 골프연습장 100M 못미친 논 한가운데. 이렇게 해서 열기구를 타고 길없는 하늘길을 훨훨날아 환상여행을 즐긴 40분 곡예는 끝났다.
택시를 잡아타고 이륙현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착륙현장으로 다시와 우리가 탔던 열기구를 해체하여 차에 실으니 9시20분. 우리는 이제 서울로 간다. 귀경길 내내 열기구 얘기꽃을 피우며 중간에 해장국도 먹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한잔도 마시며 쉬엄쉬엄 오다보니 어느덧 서울이었다.
오전 11시45분 우리가 만나 출발했던 가락동 에버랜드사무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1박2일의 열기구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외국의 경우 열기구에 회사 로고를 붙여주는 조건으로 열기구를 후원해주는 기업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샐러리맨인 그는 부담이 크다. 열기구 여행을 한번 할 때마다 연료비등 20만원 가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비사막을 여행하고 싶지만 아직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열기구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열기구는 그에게 산소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허씨가 노후된 열기구도 새로 만들고 고비사막도 여행할수 있도록 후원자들이 많이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지런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열기구여행. 열기구 여행 한번이면 일주일 쌓인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깨끗이 날려버리고 새로운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는 허민식씨의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탈북 어린이를 싣고 떠나고 싶다는 그의 다음 열기구 여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
2002/04/03 18:09:44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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