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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바람의 꽁트] (2) 꿈과 상상 그리고 현실사이 2
2004/12/18 00:00
입력 조회수 : 665
샐러리맨 3년차 김만태. 눈을 뜨니 날이 훤하게 밝았다.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물으니 벌써 6시라고 한다. 아니벌써! 분명이시계를 5시에 맞춰놨는데 왜 안울렸지… 만태는 궁금해서 어머니한테 물어봤다.
"시계는 어김없이 새벽5시에 귀청이 떨어져 나가도록 울리더구만" "그런데 내가 왜 그소리를 못들었지" "아따 이놈봐라 네가 시끄럽다고 시계 눌러놓고 또 자드만! 그라구도 진짜 몰랐나?" 어머니께서 이유를 말씀하신다.
그제서야 자신이 잠결에 자명종이 울리는 것을 다시 눌러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퍼뜩 정신이 들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고양이세수를 하고 우유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눈뜬지 10분만에 집을 나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일과는 출근길에 시작된다.
버스를 타기전에 이미 만태의 머리는 분주하게 돌아간다. 오늘의 애인을 골라잡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만태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흘낏 흘낏 바라본다. 그러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여자를 발견한다.
만태는 우선 말을 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라고 한다. 여자는 만태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두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두사람은 사랑한는 연인이 되어 다정하게 손을 잡는다. 버스가 온다. 두사람이 손을 잡고 올라탄다.
만태는 어렸을때 자폐증에 걸렸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또래보다 1년늦게 들어갔다. 자폐증이 완치된후 취학을 했기 때문이다. 자폐증이 완치된 이후에도 만태는 혼자 상상하고 혼자 제멋대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대화를 혼자서 한다. 일인 이역으로. 어떤때는 혼자서 일인 다역을 하기도 한다.
가장 많을때는 일인 5역을 하기도 한다. 다른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얘기 하는 것보다 혼자서 주고받고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좋다. 정태는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말을 할수 있는데 직접 다른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그러나 친구들은 만태가 자폐증에 걸렸던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 부모님이 철저하게 비밀로 했기 때문이다. 만태는 친구들과 이야기할때 엉뚱한 말을 잘한다. 이것을 물으면 저것을 대답하고 저것을 물으면 이것을 말한다.
친구들은 그런 만태를 사오정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친구는 만태가 일부러 친구들 놀리느냐고 그러는줄 안다. 만태는 절대로 놀리고 싶어서 그러는것이 아닌데도…
만태는 버스에 오르면서 신이났다. 사랑에 푹빠졌기 때문이다. 만태는 여자에게 이제 사랑하는 우리사이 빨리 결혼하자고 했다. 프로포즈였다. 여자는 청혼을 받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여자는 기분이 좋았다. 어짜피 둘은 결혼할 사이였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두사람은 부모님으로부터 결혼을 허락받았다. 그러고 나서 한달만에 두사람은 결혼을 했다. 신부는 결혼식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신랑인 만태는 좋아서 입이 찢어졌다. 그런 신랑신부를 보고 하객들은 저렇게 좋을까 하면서 틀림없이 첫딸을 낳을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두사람은 부모님께 폐백을 마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왔다. 두사람은 공항에서 국내선 여객기에 탑승했다. 두사람은 다정히 손을 잡고 앞으로 죽는 그날까지 웃음꽃이 넘치도록 행복하게 잘살아보자고 맹세를 했다.신부는 흐뭇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편이 고마왔다.
신부는 결혼식장에서 내내 웃기만 했던 것을 생각하니 쑥스러웠다. 다른사람들 결혼식때 보면은 신부들이 긴장을 해서 얼굴에 미소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계속 얼굴에 웃음끼를 띠었던 것이다.
"무슨생각을 그렇게 해?" 만태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부는 남편의 묻는 말에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듯 무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신혼여행의 단꿈에 흠뻑 빠진 두사람이 탄 여객기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두사람은 트랩을내려왔다.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숙소로 갔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났다. 만태가 지나가는 여자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곁눈질하는 것을 곁눈질로 신부가 보았다.
신부는 기분이 상해서 신랑을 보고 눈을 흘겼다. 만태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다시 신부의 팔짱을 끼었다. 그런데 두사람의 옆으로 또 늘씬하게 빠진 미모의 아가씨가 지나갔다. 만태의 눈이 자동적으로 미인쪽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았다. 만태는 입이 벌어졌다. 여자가 너무 예뻐보였다.
만태는 속으로 후회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일찍 저여자가 나타났더라면 내가 저여자를 신부로 만들었텐데… 만태는 한참을 고개를 쭉빼고 여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부는 그런 신랑이 마음에 안들었다. 신부가 토라져서 잡은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뛰듯 걸어갔다.
두사람은 호텔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부는 이미 기분이 상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만태는 기분 풀으라면서 신부에게아양을 떨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만태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서 신부의 마음을 풀으려고 했다. 그러나 한번 마음이 돌아선 신부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만태도 화가 났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러는 거야. 정말 제주까지 와서 이렇게 까지 할필요 없잖아" 만태가 큰소리로 신경질을 냈다.
"그래 말잘했다. 신혼첫날부터 다른여자에게 홀려 침을 질질 흘리고 사팔이 되도록 눈이 돌아가는 사람을 남편이라고 어떻게 믿고 살수 있나?"신부도 질세라 말을 받았다. "그래 마음대로 해봐. 나도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할만큼 했잖아" "사람죽여놓고 사과하면 다야"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해봐" "아니 어떻게 나한테 신혼첫날부터 이런말을 할수가 있어. 당신 나 사랑하는 마음은 애초부터 눈꼽만큼도 없었지" 신부가 눈물을 흘리면서 신혼여행가방을 들고 호텔방을 나가버렸다.
만태가 가지말라고 잡았지만 막무가내였다. 만태는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신혼첫날에 제주까지 와서 이게무슨 짓이란 말인가. 만태는 행복에 넘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말을 주고받으며 신혼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누가 어깨를 툭툭쳤다. 돌아보니 운전기사였다. "아저씨 안내릴거예요. 여기가 종점이라구요" "예?" 정태는 그제서야 잠에서 깨었다. 지금까지 버스에서 잠에 들었던 것이다.
"제기랄 각본에 없던 신혼첫날에 부부싸움까지 하고 이게 뭐야" 만태는 혼자 투덜거리면서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았다. 회사에도 늦게 된것이다. 만태는 혼자서 버스에 타면 이런 상상을 하면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다.
다른 날 같으면 정확하게 신혼여행을 가는 데까지만 진도가 나가는데 오늘은 부부싸움까지 했다. 다름아닌 버스종점까지 갔기때문이다. 내려야할 코스에서 안내리고 종점까지 갔기 때문에 만태의 예정에도 없던 신혼여행코스가 길어져서 부부싸움까지 갔던 것이다.
만태는 달리는 택시안에서 오늘기분 잡쳤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혼자 쓴웃음을 짓는다. 출근길만 나서면 여자를 만나는 만태의 상상은 내일도 계속될것이다. 사실 만태는 그런 기분으로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태는 매일 매일 다른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한다.내일 출근길에는 또 무슨 여자를 만날까? 만태는 택시에서 내려 회사에 뛰어들어가면서도 내일 만날 여자를 생각하고 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부장이 못마땅한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만태는 고개를 푹숙이고 자리에 앉는다.
만태의 뒤퉁수에대고 부장이 한마디 던진다. "장가도 안간 총각녀석이 뭐가 그리 바쁘다고 직장에 지각을 하고 그래. 장가나 갔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회사도 지각하니까 장가도 못가지. 앞으로 한번만 더 지각하면 시말서 각오해" "알았습니다"
정태는 부부싸움까지 하고 돌아온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소리없이 웃는다.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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