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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바람의 꽁트](18) 인생유전 3
2005/04/19 00:00
입력 조회수 : 710
문숙은 말로만 듣던 고부갈등을 자신이 겪을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남들은 몰라도 자신만은 결혼을 해서 꿈같은 행복을 누리며 살것이라고 자신만만 했었다.그런데 이게 뭐야. 신혼생활 2년도 안돼서 이런 불행이 나에게 닥치다니…
문숙은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건 말건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속이 상했다.
자신이 장남이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할 형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누라와 어머니의 사이가 안좋기 때문에 한집안 살림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남편은 마누라가 어머니와 다투기라도 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누구편을 들수도 없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기분이다. 문숙은 딸의 이름을 해님이라고
지었다. 태양처럼 밝고 환하게 평생을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아 해님이라고 지은 것이다.
그런 이름 덕택인지 해님은 방실 방실 잘 웃는다. 문숙은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하면서도 기분이 나지 않는다. 시어머니의 얼굴 찌푸린 모습이 자꾸만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기 때문이다. 문숙이는 아이를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맡긴다. 한달에 20만원을 준다. 선생 월급이라야 겨우 100만원정도밖에 안된다.
그돈에서 아이 보육비로 나가고 정기적금 등 이리저리 필요한데 떼어놓고 나면 정작 자신은 일전한푼 만져볼수 없는 빈털터리가 된다. 남편월급은 절반이나 뚝떼어서 시어머니에게 갖다 바친다.
마음같아선 친정부모님에게도 좀 보내고 싶지만 여유가 없어서 꿈도 못꾼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트집을 잡는다. 시어머니는 돈이 아까워서 화장품도 제대로 못사는 며느리심정을 알아주기는 커녕 노골적으로 미워한다. 문숙은 그래서 갈등이 많다. 이런식으로 결혼생활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요즈음은 남편도 마누라를 대하는 모습이 예전같지가 않다. 문숙은 시어머니가 돈만
아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못쓰고 못먹고 고생만 하면서 살아오신분이기에 돈에 대한 애착이 강한것이라고 이해를 하려고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다.
시어머니는 돈을 모으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돈이 있어야 무엇이든 할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돈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시어머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돈이없어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아이들에게 젖을 물려도 젖이 안나왔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배가 고프다고 징징대면서 안나오는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곤 했다.
그런 뼈아픈 시절을 잊을수가 없다. 시어머니는 자식덕좀 보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남부럽지 않게 떵떵 거리면서 살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 그러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간섭을 받는 것이 싫다. 남들처럼 시어머니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자유스럽게 살고 싶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생각의 차이는 날이 가도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부간의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머리좋고 많이 배웠다고 자신을
업신여기고 깔보는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문숙은 그런 시어머니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이제는 시어머니가 무섭고
두렵다. 눈만 마주치면 뭐라고 흠을 잡고 트집을 잡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자식이 똑똑하니까 똑똑한 며느리 얻어서 얼마나 좋으냐고 시어머니를 부러워했다.
시어머니는 겉으로는 절대로 기가 죽지 않았다. 남들앞에서는 자식자랑을 입에 닳도록 했다. 우리 아들 천재라느니 대학나올때까지 집에돈 한푼 안갔다 쓰고 장학금으로 해결했다는 등등. 처음에는 며느리 자랑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며느리 자랑은 일체 하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며느리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숙이는결혼5년째 접어들면서 성격도 많이 변했다.
학교다닐 때 남편못지 않게 머리좋고 천재소리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바보가 된 느낌이다. 문숙은 자신의 모든 불행이 시어머니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만 아는 시어머니가 미치도록 얄밉다.
문숙은 이제 남편도 싫어졌다. 결혼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 것인지 몰랐다.
문숙은 이제 삶에 대한 의욕도 없어졌다.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뿐이다. 자신이 결혼해서 이렇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문숙은 자신이 이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생각에 문숙은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서글퍼진다.
이제 문숙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도 재미를 잃었다. 만사가 귀찮아졌다. 남편은 벌써 며칠째 집에 일찍 들어오지 않는다. 술도 안먹고 담배도 안피던 남편이 이제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핀다. 집에 들어오면 매일 화난 것처럼 인상만 쓰고 있는 마누라가
싫어졌다.
고부간의 갈등이 부부간의 갈등까지 몰고온 것이다. 똑똑하고 머리좋은 천재끼리
부부가 되어 살면 한없이 행복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가 못했다. 오히려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부족한 듯 한 평범한 사람들이 오히려 부럽다. 문숙은 요즈음 그런 생각에 잠을 설친다. 불면증까지 생긴 것이다.
해님이도 이제 유치원에 들어갔다. 해님이는 눈치를 잘본다. 툭하면 엄마가 신경질을 내기 때문이다. 해님이는 엄마가 가장 무섭다. 엄마가 기분이 좋으면 해님이도 따라서 기분이 좋다. 엄마가 우울하면 해님이도 우울하다.
한번은 유치원선생님한테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 문숙이가 받았다. 선생님이 해님이
문제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문숙이가 유치원에 나가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 말씀이 해님이가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문숙이는 그말을 듣고 가슴이 덜컹했다.
자신의 들쭉날쭉한 감정이 해님이의 성격을 그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문숙은 해님이가 엄마아빠를 잘못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해님이가 왜 그렇게 불쌍해보이는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며칠만 지나면 다시 만사가 귀찮고 싫어진다. 문숙은 툭하면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리는 버릇이 생겼다. 시어머니한테 당한 수모를 아이나 남편한테 분풀이 하는 것이다.
문숙이는 수업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신경질을 부린다. 학생들은 저희들끼리 그런
문숙이를 보고 신경질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문숙이는 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떨어졌다.
문숙은 이런식으로 교직에 얼마나 더 남아있을지 모른다. 문숙은 이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
결혼전엔 무엇이든지 도전해보고 싶고 패기가 넘쳤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무슨일을 하려해도 겁부터 난다. 밤에 잠을 자면서 가위눌리기까지 한다. 문숙은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시부모님댁에도 발을 끊었다. 시어머니가 대놓고 면전에서 며느리를 냉대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며느리 흉을 본다. 문숙이는 시어머니에 대해 남아있던 정마저 완전히 떨어졌다.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로 온갖 악담을 퍼부어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딸가진 것이 죄라고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아무말씀도 못하시고 속으로만 앓았다.
문숙이는 시어머니에 대해 증오심이 생겼다.
시어머니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탈을 쓴 돈벌레로 생각되었다. 문숙은
시어머니가 친정어머니에게 똑똑한 딸 더 이상 못보겠으니 와서 당장 데려가라고 전화로 호통을 쳤다는 말을 듣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작 속이 상해야 할 어머니는 오히려 딸을 진정시켰다.
어머니는 아무리 시어머니 성격이 별나고 까다로워도 비위 잘맞추고 큰며느리 노릇
잘하고 살라면서 문숙을 다독 거렸다. 문숙은 어머니가 불쌍하고 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괜히 못난 딸 때문에 어머니까지 욕을 먹는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문숙은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문숙은 언제부턴가 해님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미움 시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엉뚱하게 어린딸에게 지울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히는 꼴이 되었다. 고부간의 갈등은 이제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깊어만 갔다.
따르릉.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누가 전화를 했을까. 시어머니가 수화기를 든다.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시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 해님이었다.
"하 끄윽 알 끅 머 끅 니" 울먹이느라 할머니소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해님아
무슨 일이야? 할머니한테 말해봐?" 할머니는 해님이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선화선을 타고 해님이의 울먹이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할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할머니는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었다. 통화중이었다. 계속 걸어도 통화중이었다. 할머니는 해님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날의 사건은 이렇다. 문숙이는 해님이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두들겨 팼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미워서 북북 이를 갈고 있는데 해님이가 돌아왔다. 해님이까지 미워졌다. 옷에 흙을 묻혀왔다. 괜히 트집을 잡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얻어맞던 해님이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무의식중에 일어난 일이다. 해님이생각에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면 할머니가 자신을 때리는 엄마를 말릴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님이가 수화기를 들고 할머니에게 말을 하려는 바로 그때였다. 할머니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본 문숙이가 전화당장 끊으라고 고함을 친 것이다.
해님이는 놀래서 얼떨결에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그러나 수화기를 제대로 내려놓지 못해서 전화가 끊어지지 않았다.그래서 문숙이의 고함치는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시어머니의 귀에 들린 것이다.
그뒤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더욱 나쁘게 보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뱃속으로
낳은 자식까지 학대하는 독한 년이라면서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흉을 보았다.
문숙이 역시 시어머니가 자신을 험담하면 할수록 복수라도 하는 기분으로 해님이를
달달볶으면서 학대를 했다.
김명수
[
피플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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