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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진이 만난 사람] (5) 업체탐방/영흥철공소 대표이사 박상옥
2005/05/24 00:00
입력 조회수 : 758
농심(農心)을 꿰뚫은 진심 상대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 잘사는 길 아입니까? 좋은지 나쁜지는 내 마음이, 내 양심이 잘 알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너도나도 다 떠나온 고향을 우직히 지키며 사는 사람. 한자리에서 40년 이상을 한가지사업으로 꿋꿋하게 버텨오고 있는 사람, 이 빠른 초고속의 시대에 한가지 업종만을 갖고 40년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기적이었다. 더구나 이곳의 제품을 사용하는 주소비자는 전국에 있는 그 어렵다는 농민들인 것을 감안 할 땐 더욱.
이들 농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농기계는 농약을 뿌릴 때 사용하는 분무기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하는 고압펌프제품 등 단 두 가지 품목이다.
분무기와 고압펌프 두 제품으로 40년 사업
경북영천시 성내동 1798-11번지에 위치한 영흥철공소(대표이사: 박상옥(60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월9일, 희뿌연 안개로 인해 도착 예정시간보다 3시간 이상을 뜸을 들이다 방문한곳이 영흥철공소였다.그를 만나기 전에는 '영흥철물'? 철공소? 웬 철공소 아저씨를 다 취재하라고 하지! 뭔가가 있으니까 그렇겠지. 혼자생각을 하며 들어섰다.
들어서다가 다시 나와 간판을 봤다. '영흥분무기' 라고 가로로 세로로 간판이 붙어있고 철물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아담하고 예쁜 3층 하얀석조 건물이었다.
'아니 철물이라고 해서 일반철물점을 연상했는데 아니네요' 하자 " 고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너그러운 작은아버지 같이 생긴 박상옥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그건 애초 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해온 상호이기 때문에 상호로 사용하고 있고, 그래서 바꿀 수 없죠, 밖에 간판은 저희 생산품목인 영흥분무기라고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 한다.
올 초엔가 기계와 윤활에 소개한 서울에 있는 31년 동안 콤퓨레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명수리제작사(대표이사 성세제사장)가 생각이 났다. 6∼70년대만 해도 물자가 부족해서 새로 사기가 어려웠던 시절, 왼만하면 고치고 수리를 해서 사용했다.
이 때 어떤 기계든지 수리를 잘한다고 해서 명수리라는 간판을 붙였다가 오늘날 국내외는 물론, 수출시장에서 콤퓨레사의 명문으로 떠오른 지금까지 그 이름을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다. 영흥철공소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였다.
@영흥철물은 내 분신과 같은 것
60년 12월 영흥철공소를 설립하고 3∼4년동안 한켠에선 기계수리업을 하면서 분무기를 개발(64년)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계속 기술을 업 데이트시켜서 생산해 내고 있는 제품이 분무기이다. 농사짓는 곳은 물론, 하우스에서 농산물에 농약을 칠 때 사용되는 분무기는 영흥분무기가 단일제품 생산으로는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농민들 세계에서는 꽤 알려진 제품. 그러나 이런 유명세도 아랑곳없이 박사장은 " 우리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농민들이라 어려움이 많다" 고 말한다.
64년 출고 당시 가격이 45,000원을 생각할 때 37년이 지난 지금 화폐가치로 환산을 하면 4∼50만원을 받아도 시원치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 현재 분당 60미터 이상 약을 뿌릴 수 있는 분무기 (70A제품)의 소비자가격은 18만원이다. 그는 " 최소한 25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농민들을 생각하면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 이익이 크게 남지는 않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현상유지정도 하고 있다" 고 말한다.
현재 영흥에서 생산해 내고 있는 분무기종류는 분당 60m 이상을 나가는 88A(88년경에 70에서 88로 변경), 40A, 50A(분당40m 이상) 90A, 100A, 150A, 170A 등 분무기 7개 제품과 고압펌프 5개 품목이 전부다.
영문으로 영흥의 약자를 딴 고압펌프는 YH2500(분당 토출량170m), YH3500(분당 토출량 218m), YH4500(분당토출량 280m), YH5500(분당 토출량 354m),YH6500(분당 토출량 521m) 등 총 5개 품목이 생산 시판되고 있다.
@ 최고 30년에서 최하의 경력이 10년된 사람
박사장은 "제조업 하는 사람이 누구나 저희제품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희제품은 그동안 Q마크나 KS한번 받지 않고 수십 년을 장사했을 만치 정부가 권하는 규격 이상으로 자체 내에서 퀄리티 조절을 잘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필요에 의해서 Q마크(10월24일 획득)는 물론, ISO까지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사실 이번에 Q마크를 획득하게 된 것도 납품할 업체가 원해서 하게 되었다는 것 박사장에 따르면 제주도 지역에서 영흥의 스프링쿨러펌프 90%를 납품할 만큼 영흥의 제품은 어디서든 믿고 살만큼 신뢰가 있다는 것.
박사장은 "우리회사(10명) 직원은 오래된 사람은 30년, 가장 짧은 사람이 최하 10년은 다 넘은 사람들" 이라고 하며 " 회사와 같이 발전하고 모두 회사일 이라기보다는 내일처럼 천직으로 알고 일을 하고있다 "고 자랑한다.
영흥의 고성능 분무기의 특징을 보면 철저한 품질검사와 전 제품의 성능검사를 통하여 우수한 제품만을 생산함은 물론, 뛰어난 내구력으로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박사장의 지적에 따르면 "동력분무기는 내구력이 생명이기 때문에 내식성, 내마모성이 우수한 스테인레스강, 청동재료를 사용했고, 특히 중요부위는 열처리를 기능에 맞게 함으로 써 수명이 반영구적이 되었다" 는 것이다.
또 흡입호스 및 흡입밸브가 플런저와 동일 선상에 놓여 있으므로 물의 흐름에 이상이 무리 없는 이상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기계효율이 뛰어난 것도 이 회사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 기능에 맞는 열처리로 반영구적인 분무기
지난해 매출액은 10억원, 올해는 극심한 가뭄 탓에 작년보다 약 5억원 이상이 더 올라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국에 대리점은 약 200여군데, 주요경쟁자는 대구의 원대기계, 상주의 해청기계, 신구업체인 대구의 거농 등이다.
그러나 박사장은 느긋하다. 누구나 우리물건을 한번 써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시 올 줄 알고 있기에. 농민의 아들이 농민의 입장에서 농민의 입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것 없습니다. 내가 농민이 되어서 사용한다, 이런 마음만 있으면 되죠, 제조업을 하는 업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이 물건을 사용하는 농민의 입장이 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 한다.
박상옥사장이 스무살 시절에 현재의 자리에서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서 였던 것 같다. 아니 하늘의 뜻이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박사장은 오른쪽 팔이 하나 없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박사장은 그곳에서 산동공고를 졸업했다.
박사장 위로 누님 두 분과 형님 한 분을 두고 막내로 태어난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농촌 환경이 그러하듯 대학 진학은 집안 형편상 어려웠고, 시내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던 매형을 도와 정미소 일을 거들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취직이랄 것도 없이 곧바로 매형집에 왔다. 정미소에 온 첫날, 그걸 누가 알았으랴 그런 엄청난 사고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줄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하늘의 뜻
공고출신이라 사뭇 기계에는 관심이 있던 터. 정미소에 온 첫날 정미기를 기웃대던 그가 벨트에 팔이 감기어 오른쪽 팔이 나갔다. 그는 물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혼수 상태였다. 시골이기도 했지만 그 당시 만해도 의료기술이 많이 발달한 상태는 아니었다. 대구 큰 병원에서 피를 싣고 와 수혈을 했다. 그는 3일 동안 혼수상태이다가 깨어났다.
지금만 같아도 아마 팔을 금새 꿰매서 완치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한참 피가 끓는 젊은 날의 청년 박상옥은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한쪽 팔이 없는 불구자를 보는 세상의 눈이 싫었고, 아니 세상보다는 본인이 더욱 이 세상을 살고 싶지가 않았다. 막상 병원에서 나와 몇 달을 방황하며 자살기도까지 했던 그는 마침내 1960년 12월 영흥철공소를 설립한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이유 없이 그 앞에 늘 죄인이어야 했던 매형이 마련해 준 돈과 집에서 땅을 팔아 마련해준 돈을 보태어 지금의 공장자리를 확보하고 '영흥철공소' 를 열게 된 것이다. 공고출신이라 기계를 수리하고 조립하고 하는 것은 낯설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디에 취직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라도 자기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약 1백평의 땅을 사서 시작한 사업, 올해 새하얀 석조건물을 새로 지었으나 땅은 그리 넓지 않았다. 공장이 약 2백50평, 사무실이 약 30평정도. 남보다 하나 더 없는 팔로 그는 제조업을, 그것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하는 기계산업을 41년 동안 끄덕 없이 운영해 오고 있다.
@ 사업번창 하듯 자식들도 모두 제 갈 길로
그동안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뻔한 질문에 지난 '1977년 7월30일부로 기술자가 나갔을 때' 라고 회상한다. 그는 "난 이론을 알고 생산에 접목시켰기 때문에 생산은 기술자가 해왔는데 생산을 맞고 있던 공장장이 나가서 자기사업을 차렸을 때 맨몸으로 부딪치며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힘들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바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몸이 불편하다고 생산은 기술자한테만 맡겨 놓았다가 그제서 이론과 생산까지 꿰뚫어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사장은 지난 1966년 부인 한경년씨와 결혼하여 슬하에 1남 4녀를 두었다. 큰딸과 셋째 딸은 시집을 갔고, 둘째는 자기세계를 찾는다며 과외선생을 하고 있다. 막내딸은 사진과를 나와서 사무실에서 아버지를 돕고 있다.
"제가 학교서 조교 해봤자 얼마 못 받거든요, 조교월급보다 더 많이 주고 있다" 며 흐뭇해한다. 올해 29세인 아들은 영남대 기계과를 나와 아리조나주립대에서 항공기계학을 전공하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아들이 이 사업을 물려받길 원했지만 더 큰 세상을 배우겠다며 거부의사를 펼쳤다는 것.
그는 "그렇지만 누가 하든 크게 상관치 않겠다"고 한다. 종업원 중에서라도 이 사업에 신념을 바칠 만큼 농민을 위해 욕심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명감이 있으면 혼쾌히 사업을 맡기겠다는 것. 이 사업이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나도 먹고살면서 특히 농민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사업을 한다는 그런 사명감만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다.
@ 늘 곁에서 수족이 돼 주는 부인에 감사
박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부인을 찾았다. 철없던 어린 나이에 자기처럼 불구한테 시집와서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준 부인에 감사하는 마음이 말 한마디마다 절로 우러났다.
취미가 등산이라고 말하는 그는 설악산은 이미10번 이상 다녀왔고, 전국의 명산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등산뿐만이 아니라 남미를 제외한 세계일주도 늘 부인과 함께 했고, 며칠 전에도 지리산 노고단을 다녀왔다고 하는 박상옥사장. 전에는 소주3병은 마셔야 술 마신 것 같았으나 이제는 소주 3잔이 적당한 주량이 되었다고 한다.
" 이제 애들한테도 돈 들어 갈 일도 없고, 로타리클럽에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을 도우며 남은 여생도 농민을 위해 헌신하겠다" 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농심(農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땅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농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이 진심이 40년 동안을 이어올 수 있는 농부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황수진
2001-11-14(수) 15: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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