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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실버] (10) 독서로 인생을 경영한 신현자
2005/09/12 00:00
입력 조회수 : 811
책이 좋아 책을 읽고 독서일기를 쓴다. 책을 좋아하면 마음도 따라서 젊어지는 것일까. 63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하고 피부가 고운 신현자 할머니에게 책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스승이고 또한 인생의 동반자이다. 그는 삶의 활력을 책에서 얻고 독서를 통해서 인생을 경영한다.
▲ © 피플코리아
50여년전 중학교 입학 시험장에 가면서도 책읽기에 빠질 정도로 어려서부터 독서광이었다. 그는 요즘도 매일 독서를 한다. 지금도 그의 침대 머리맡에는 시집과 에세이, 소설책이 놓여 있다. 신문, 잡지를 읽을 때도 유명인사나 문인들이 추천하는 책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가 사거나 빌려 읽곤 한다.
독서를 좋아하던 그가 20년 독서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많은데'라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그는 독서가 인생의 즐거움이자 삶의 즐거움이다. 삶의 활력이 되는 에너지도 독서를 통해 얻고 역경도 독서를 통해서 극복해 나간다.
중고등학교 시절 누가 새로운 책을 가지고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빌려봐야 직성이 풀렸고 내용이 재미있으면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명성여고를 거쳐 수도사대(세종대 전신) 가정과를 졸업하고도 그의 독서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50년이 넘는 책과의 인연은 때때로 사는 게 힘겨울 때, 사회활동에 대한 욕망과 현실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 때 오래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 벗이 되어 버렸다.
서울에서 6남매중 셋째로 태어나 6.25, 4.19, 5.16 등 격동의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책은 늘 그의 중심에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위암으로 쓰러져 그때부터 집안 살림을 떠맡았다. 오빠와 세 동생을 뒷바라지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로 발령 받아 역사와 가사를 가르치다가 결혼 날 받아놓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독서의 힘.
65년 결혼해서 아들만 둘을 두었다. 자신이 대학 1학년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번에는 큰아들이 대학 1학년 때 남편이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또한 남편과의 사별로 인한 슬픔 속에서도 책은 늘 그 곁에 있어 주었다.
책은 이처럼 어렵고 힘이 들 때 그에게 용기를 주었고, 뒤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해준 것도, 직장을 갖게 해준 것도 모두 독서를 통해서 얻은 올바른 사고력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큰아들은 수의사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토목과를 나온 둘째는 건설회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공든 탑을 쌓아 올리듯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온 그는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얼어붙은 세상 인심도 훈훈하게 녹였다. 부산 생명의 전화 자원봉사 상담원으로 11년간 활동을 했는가 하면, 부산교육청 산하 중고등학교를 돌며 인성교육도 시키고, 부산 보호관찰소 관찰위원으로 청소년들의 상담도 했다.
▲ © 피플코리아
89년부터는 한국인간교육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카운슬러양성도 했다. 그러다가 인간교육원에 강의를 오던 한병창 선생님의 소개로 92년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숙사 사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책은 과장.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사원 6천여명을 관리하면서 열린 대학을 기획 제안해서 운영도 하고 여사원들의 자질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기숙사 사감으로 98년까지 근무하고 다시 부산에 내려가 지금은 큰아들 손녀를 돌봐주면서 독서 삼매에 빠져 지내고 있다.
항상 그 자리에서 순간순간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와 남편이 세상을 떴을 때 가장 힘들었다.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었지만 그는 나 몰라 하고 내치지 못하고 본래 떠 안는 성격으로 결혼하고 나서도 동생들 뒷바라지를 계속했다. 마음이 고와서 그런지 피부가 유난히 곱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비관하거나 탓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처한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울고 짜지 않고 항상 밝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래도 좋은 직장에 있었고 두 아들도 아무 탈 없이 결혼해서 제 갈길 잘 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걱정할 건 없다.
반도체 기숙사 사감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있느냐, 밖에서 다시 활동하느냐 고민하다가 며느리가 공부하도록 나이든 자신이 마음을 접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들어앉아 손녀들을 돌보면서 평생을 해온 것처럼 독서를 즐기고 있다.
"제가 일하겠다는 욕심만 안가지면 문제는 하나도 없는데 지금도 가끔씩 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곤 해요. 하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잘 참아내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그는 임어당저 '생활의 발견'을 꼽는다. 평생을 독서와 함께 해온 그에게 어느 책이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그것은 우문임에 틀림없다. 소설, 철학, 수필, 에세이 등 분야별로 각각 좋은 책이 많은데 그 중에서 어떻게 한가지만을 꼽을 수 있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독서도 좋아하지만 글쓰기도 좋아해서 그동안 두권의 책을 펴내 작가로서의 역량도 인정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책읽기를 계속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 © 피플코리아
요즘은 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있고 한강은 이미 다 읽었다.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대하시리즈는 빼놓지 않고 다 읽었다. 고전 삼국지는 얼마 전 또 한번 읽었다. 안정효, 황석영, 이문열, 류시화, 박범신, 이외수 등 좋아하는 작가도 많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독서의 힘으로 버텨왔어요. 언제나 그 안에 길이 있고 그 안에 해답이 있었습니다.”
원래 꿈은 책을 많이 수집해서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책 소개도 해주고 인성교육도 시키고 아이들 상담도 해주는 거였는데 환경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것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60이 넘은 할머니로 집에서 손녀와 지내면서 갈등과 고민이 밀려 올 때마다 곁에 가만히 찾아와서 가슴의 빈터를 채워주고 가는 책 덕분에 생동감 넘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를 초월하는 배움의 열정으로 50이 넘어서 들어간 방송대 교육학과도 97년에 졸업했다. 남편이 세상을 뜬 후 그 공백을 메워보려고 수지침도 배우고 명리학도 공부했다. 수지침은 그와 가족 그리고 반도체 여사원들의 응급처치 때 많이 활용하였다.
“명리학을 공부하여 저 자신의 운명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기에 제게 닥친 온갖 어려움을 잘 받아드릴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워드로 원고를 쓰고 인터넷도 들어가고 볼링도 치고 한 달에 한편 영화도 보는 멋쟁이 할머니.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수필이든 독후감이든 글쓰기는 계속 할 생각입니다. 수원대학교 행정대학원에 합격하여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현직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좌절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건만 주어진다면 대학원공부를 하고 싶어요. 강의청탁이 들어온다면 그것 역시 열심히 해 보고 싶습니다.”
세상의 역경을 이기는 힘은 재산도 권력도 명예도 아닌 독서라는 것을 그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듯이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 그를 만난 오늘따라 새삼 가슴을 파고들었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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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21일 15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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