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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바람의 수필] (5)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
2005/12/25 00:00
입력 조회수 : 738
주말을 맞아 두번째로 수락산에 다녀왔다. 먼저번에 갔던 것보다 코스를 더욱 길게 잡았기 때문에 하산까지 4시간이 걸렸다. 나중에는 다리가 아프다 못해 쥐가 날 정도였다. 다행히 수락산을 수십번 등반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친구가 함께 동행해 가이드노릇을 친절하고 자상하게 해주었다.
먼저번 산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다. 먼저는 피곤하고 힘이 들어 주변경관을 살펴보는 여유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수락산은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돌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갈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기암괴석들이 피곤해 지친 등반객들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는 듯 했다.
빗자루로 깨끗하게 쓸어내 청소를 한듯 한 무늬모양 그대로 드러난 바위도 인상적이었다. 정상 거의 다가서 철모바위도 있었는데 영락없이 전투에 참여한 병사가 바람부는 고지에 올라 철모를 쓴채 승전가를 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깔딱고개에서부터 마지막 정상부근까지는 경사도가 급해서 매우 힘이 들었다. 30도이상되는 난코스 같았다. 다행이 양손으로 잡고 올라갈수가 있도록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찾았다. 노인들도 많았다. 젊은이 못지않게 빠르고 힘찬 모습으로 활기차게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건강에는 산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싸우나에서 흘리는 땀과는 비교할수 없는 희열이 나를 감쌌다. 사방이 탁틔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주변경관 또한 장관이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온갖 상념들. 그대로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그림이 되는 착각이 들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햇볕이 따스한 봄날이지만 아직도 계곡엔 얼음과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바람이 불었다. 온몸에 흐른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한줄기 바람이 너무나도 상큼하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같은 바람. 몸안의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새롭고 깨끗한 기로 충만되는 느낌이다.
산에 오른 다른 등산객들도 자연의 절경에 빠져 속세의 찌든 삶을 털어내는 것처럼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산에 오른 우리를 축복이라도 해주는 듯 날씨가 청명하다. 정상 발아래 아파트숲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멀리 의정부 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 외곽까지 펼쳐진 아파트 단지가 마치 괴물같다는 느낌이 든다. 저렇게 많은 아파트속에 사람들이 모두 들어차고도 집없는 사람들이 서울인구의 절반이나 되니 주택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것도 같다.
하산길에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컵 들이켜니 뱃속까지 시원하다.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다리가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릎에 이상이 온것 같다. 등산객들이 다니기 편리하도록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무릎이 아프니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평소에 아무 불편없이 무심코 걸어다녔던 계단이었는데 막상 무릎이 아프니까 계단을 걷는 다는 것이 지옥같이 느껴진다. 한계단 밟을 때마다 하체에 체중이 실리는 탓에 무릅이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이 아프다.
정상인인 나도 단지 피곤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아프고 힘이 드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계단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다. 복지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모든 행정정책을 펼때 장애자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함께 간단히 하산주를 했다. 홍허회에 곁들여 막걸리 한잔 쭉 들이켜니 피곤함은 눈녹듯이 사라졌다. 흑산도 홍어라면 상품 한마리에 몇십만원주고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어렵다는 데 여기서 홍어회를 맛볼수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물론 한접시에 5천원짜리니 분명 가짜일테지만 배고프고 출출할때 먹는 맛이니 맛으로 치면 진짜 뺨치는 꿀맛이다. 살다보면 힘들고 짜증나고 어려운일이 어디 한두번이랴. 집에 돌아오면서 가끔씩은 일상의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김명수
www.people365.pe.kr
>
수정일 2003년 02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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