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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 (529) 강원도의 밤 뒤흔든 30년만의 점호…백구부대 전역 용사들 다시 모였다
2013/06/01 10:34
입력 조회수 : 1,543
[클릭이사람] (529) 강원도의 밤 뒤흔든 30년만의 점호…백구부대 전역 용사들 다시 모였다
일동 차렷! 소대장님께 경례. 충~성! 충성! 신고합니다. 백구중대 내무반 일석점호 인원보고! 총원 15명. 현재 인원 15명. 우로 번호 실시. 하나 둘 셋 넷… 열다섯 이상 번호 끝. 충~성! 충성!
▲ © 피플코리아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15명의 50대 후반 ‘진짜 사나이’들이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로 모여들어 고요하고 조용한 밤의 정적을 세차게 뒤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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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끓는 20대 초반 전방 부대 한 내무반에서 복무했던 육군 제7193부대 109(백구)중대 전역 전우들이 목이 터져라 외친 30여년만의 점호소리였다.
혈기왕성하던 22살 검은 머리는 어느새 희끗희끗 서리가 내렸고 얼굴에 비친 잔주름이 덧없는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었다.
“그리운 기억들이 바람처럼 찾아와 아쉬운 마음으로 초롱별 빛이 되어 남아 있으려 합니다.”
전역 부대원들은 왕년의 전설로 통하는 문성배 병장 집 양지 바른 앞뜰에 미리 준비해온 산딸나무로 기념식수(植樹)를 하고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긴 세월 속에서도 여전히 변치 않은 끈끈한 전우애를 느끼게 해주는 글귀를 팻말에 담아 기념비로 세워 놓았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무사히 마친 14명의 병장 출신과 1명의 소대장출신이 전역한지 30여년 만에 다시 만나 점호를 취하고 복무했던 부대를 방문하는 역전의 용사 백구회 전우들의 1박2일 특별체험을 기자가 동행 취재하였다.
이들은 지난 4월 20일 토요일 오후 4시 강원도 안흥찐빵 마을로 유명한 안흥에서 집결하여 1박하고 다음날 군부대를 방문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모인 백구회 전우들은 1976~1978년 입대해서 1979~1981년 전역한 1955~1957년생으로 모두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평생 딱 한번 만이라도 그 때 그 시절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백구 전우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왜냐고요? 전우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거든요”
저녁 18시48분.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송한리 문성배 병장의 전원주택에 전원 집합한 역전의 용사 백구회 전우들은 만나자 마자 30여 년 전(前) 그 때 그(군대) 시절로 돌아갔다.
▲ © 피플코리아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얼차려를 반복하며 고참 졸병이 뒤섞인 한 부대 한 내무반 전우였지만 제대하면서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소식을 모르고 살다가 35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 바쁘고 각박한 세상에 흔치 않은 전국구 모임이다.
국방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아무개 병장과 소대장으로 통했다. 지금부터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 본다.
사회에 나온 이상 나이가 엇비슷한 동년배 친구로 말을 놓을 수도 있으련만 한 번 고참이면 영원한 고참이라면서 군대시절 상하관계를 깎듯이 유지하며 서로를 인격적으로 예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성배 병장 자택은 안흥면사무소에서 승용차로 3km 거리다. 밑둥부터 흰색 줄기가 인상적인 자작나무, 밀림지대 원시림처럼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 전나무, 잣나무 숲 사이로 나있는 환상의 길이다.
꼬불꼬불 아슬아슬 이어지는 산길이 스무고개 퀴즈를 풀어가면서 미궁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요지경 세상 같다.
문성배 병장이 해발 600고지에 손수 지은 목조 펜션 2층 창가에서 시원하게 확 트인 전방을 내려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왼쪽으로는 성우리조트와 청태산이 있고 정면에는 가리왕산과 백석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있다. 가리왕산은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스키점프 개최 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안흥면 송한리 4월 하순의 밤이 너무 춥다. 오늘 아침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한겨울 같은 느낌이다.
어제 낮에는 25도까지 치솟아 완전 한여름이었다고 한다. 일교차가 너무 커 하루에도 여름과 겨울을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의 모임 1박 숙식 장소로 자택을 선뜻 내주고 가이드를 자청한 문성배 병장은 단연 오늘의 히어로였다.
▲ © 피플코리아
현역병 시절에도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이바구면 이바구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기 짱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일하게 지휘관으로 사병들의 부름을 받고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와 오늘의 모임을 빛낸 임교빈 중위는 연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임관한 ROTC 출신 소대장님이다. 전역 후 수원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소대장 근무시절 사비로 사병한테 회식을 자주 시켜준 기억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오늘 같은 모임이 가능했겠지.
1977년 5월 입대한 황상규 병장은 다른 부대에서 고참 대접을 받다가 1978년 12월 109중대로 전출을 명받아 남은 복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1980년 1월 만기 전역했다.
현재 익산시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박윤선 병장의 고백은 한마디로 성공스토리 그 자체였다.
군대서 대학 나온 전우들을 보고 기가 죽고 한이 맺혀 제대 후 말단 공무원 생활하면서 원광대 경영학과 입학하여 공직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고졸 딱지를 벗고 사무관까지 올라갔다.
부인도 익산시청 6급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아들은 경찰관, 딸은 소방관으로 부부와 아들딸 일가족 4명이 4관(冠)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늘의 모임을 주선한 2인방 중의 한 명인 이후근 병장은 180이 넘는 큰 키에 앞이마가 훤하다. 인하공대 금속공학과 2학년 마치고 입대했다 전역하여 현재 포스코 전무로 있다.
이찬동 병장은 1977년 1월 입대하여 1979년 10․26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에 극적으로 전역했다.
▲ © 피플코리아
군 복무 시절 오늘 모인 역전의 용사중 후임병이었다는 육심석 병장은 홍천에 위치한 가람밸리 리조트 회장님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하여 만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백마탄 왕자의 주인공이 되었다.
빨간 옷이 눈길을 확 잡아끄는 이상규 병장은 109 전우회 회장님으로 ‘군림’하고 있다.
강중희 병장은 현장계로 사역 ‘까대기’를 많이 해서 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오늘 옛날의 추억을 되살려 까대기 한번 해보면 어떠냐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경재 병장은 오늘 집결한 전우중 가장 고참으로 1976년 5월7일 입대하여 1979년 2월 제대하였다.
가장 말수가 적은 김용남 병장은 현장 관리병으로 근무하다가 부대장님 CP 당번으로 근무했다.
포항서 올라온 이근호 병장은 부대서 차트 잘 만들고 브리핑 자료 다 만들었던 교육계 담당으로 군대서나 오늘의 모임에서나 여전히 살림꾼으로 중책을 맡아 열심히 뛰고 있다면서 전우회원들의 칭송이 자자하다.
▲ © 피플코리아
시설계 황석규 병장, 보급계 이선규 병장, 관리병 전흥섭 병장도 만사를 자체놓고 달려와 영광스런 오늘 모임을 빛내주었다.
인심좋은 문병장 부부가 정성을 다해 차려 내온 술상과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부어라 마셔라 반갑다 한바탕 웃음소리 왁자지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오늘 모임은 포스코 전무로 근무하는 이후근 병장의 발상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근 병장이 포스코 하청업체 사장으로 근무하는 이근호 병장을 만나면서 한번 모여보자고 의기투합하여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군대 추억 많찮아요? 전역 전우들 수소문해서 그동안 연락하고 지내온 5명이 뜻을 모아 109중대 카페를 만들었어요. 카페 보고 들어온 회원이 ‘1978~1980년 사이에 109중대 근무했던 전우를 찾습니다’라고 올렸어요. 그 글 보고 연결된 회원들이 한명 두명 늘어났어요.”
이후근 병장의 머리에서 나온 작은 발상으로 출발하여 올해초 포항에서 1차 모임을 가진 이후 이번에 안흥에서 2차 모임이 이루어졌으니 나비 효과의 위력을 다 시 한 번 확인한다.
“인생에서 가장 진실하고 때 묻지 않은 군 시절 모습들이 사회 생활하면서 속세의 때가 묻고 순수성을 잃어버리잖아요. 옛날의 순수한 모습으로 다른 뜻 없이 그냥 만났던 사람들이 그리웠어요.”
세월은 30년이 훌쩍 지났건만 다시 만난 그 순간 모두가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 © 피플코리아
특수부대나 장교가 아닌 전방부대 일반 사병 전역자들이 전우회 구성해서 제대한지 30년이 넘어서 이렇게 전국에 흩어져 살면서 한 자리에 모여 소속 부대를 단체로 방문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불고기 파티에 반가움의 정을 가뜩 담은 술잔이 오가고 옛날 군대시절 이야기를 안주삼아 마시고 또 마신다. 집주인인 문성배 병장이 먼저 일어나 한마디 한다.
“109중대는 전국구입니다. 전국에서 왔잖아요. 군대서 맺은 인연 은하수 넘어 먼지가 될 때까지 변치 말고 이어갑시다.”
밤 10시 40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전우회 회원들은 노래방 시설이 설치된 별채로 이동하여 마이크를 잡고 한바탕 율동과 노래 경연을 펼친다.
군가 멸공의 횃불에서부터 최신 가요, 팝송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50대 진짜 사나이들의 우렁찬 노랫소리가 조용한 계곡에 울려 퍼지면서 4월 20일 밤이 깊어간다.
노랫소리도 어느덧 잦아드는가 싶더니 다시 황상규. 이근호. 박윤선, 문성배 병장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군대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집에 있는 술이 모두 바닥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다 돼간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익일아침 6시에 일어났다.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우고도 공기가 맑아 피곤한 줄 모르겠다. 창밖으로 내려다본 세상이 온통 짙은 안개 속에 꼭꼭 숨어버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09시 숙소를 나와 부대로 출발했다. 10시52분 부대앞 정문에 도착하니 ‘선배님들의 부대방문을 환영합니다. 대대 장병일동’이라는 대형 프래카드가 걸려있다.
부대 안으로 들어서자 부대원들이 양 옆으로 도열하여 거수경례를 붙이면서 선배님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대대장의 환영인사 → 부대 소개에 이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판을 들고 부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식사후 백구 전우회원들은 부대장과 함께 옛 막사 앞에 기념식수를 하고 팻말에 글귀도 함께 남겨 놓았다.
‘아주 오래전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졌으나 그리운 기억들을 지울 수 없어 흔적을 남기며 뒤를 이은 장병들의 안위도 보살피려 합니다.’
이어지는 선후배와의 만남, 그리고 한마음 체육활동(족구)이 펼쳐졌다.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이루어지는 친선 게임이자 축제의 한마당으로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족구 시합이 끝나고 15시00 부대원들의 힘찬 전송 인사를 받으며 부대 정문을 나섰다. 부대를 빠져나오는 회원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보름달처럼 환하고 밝다.
109 전우회원들은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1박2일 뒤풀이로 닭갈비 식당에 다시 모였다.
못 다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오는 7월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30년만의 점호를 위해 전국에서 헤쳐모인 109 전우회원들의 1박2일 공식행사가 모두 끝나는 순간이었다.
<
피플코리아
/
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
2013년 05월 02일 10시08분.
[
김명수 기자
people365@par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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