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이경희 기자=”지리산은 스무번 이상 왔는데 올때마다 힘들어요“
”맞아요. 저도 여러번 왔지만 늘 힘들고 느낌이 달라요“
지리산은 한마디로 압축하면 높고 깊고 넓은 산이다.
남도 3개도에 펼쳐진 지리산은 언제가도 철마다 색이 다르다.
늘 가도 새롭게 느끼는 산이 지리산이다.
그래서 산꾼들의 로망이고 매년 숙제하듯이 가야 한다.
지리산 최고봉은 천왕봉, 대부분 산행은 천왕봉이 목표지점이다.
*깊은 골짜기 한신계곡
지리산 북편의 대표적인 관문인 백무동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깊은 골짜기의 물소리가 요란한 한신계곡으로 들어간다.
풀내음, 꽃내음, 물소리가 어울린 지리산은 속세와는 완전 다른 세상이다.
어제 밤새 내린 비로 떨어진 꽃잎이 꽃길을 만들어 준다.
계곡으로 이어진 돌길에 쪽동백 꽃들이 하얀 수를 놓고 있다.
가는 한걸음 한발짝이 조심스럽다.
밟고 지나기에는 너무 아까운 꽃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 많은 폭포와 소가 그림같은 풍경이다.
반질반질 조각품 같은 돌을 휘감고 흐르는 물소리가 축제장 음악같다.
숲속에는 맑은 산새들 노래소리가 지리산의 멋을 보여준다.
길따라 물따라 오르는 한신계곡은 끝이 이어진다.
물소리와 멀어져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아직도 물소리 힘이 넘친다.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등 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한 한신계곡이다.
지리산 계곡 중에 손가락 안에 드는 한신계곡이 끝나고 산이 바짝 고개를 든다.
세석대피소까지 짧지만 힘든 구간이다.
모두가 입에서 쓴내가 난다고 한다.
영신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야생화가 곳곳에서 유혹한다.
유월이면 야생화는 끝물인데 지리산은 아직 봄이 끝나지 않았다.
유월 지리산은 철쭉이 주인공이다.
세석에서 연화봉 그리고 천왕봉까지 철쭉꽃이 산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가파른 오르막에 애기괭이눈이 필때인데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두루미꽃과 붉은병꽃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너덜겅이 끝나고 평탄한 흙길의 오르막이 끝나면 세석대피소가 짜잔~ 하고 등장한다. 세석대피소가 얼마나 반가운지 올라온 사람만 안다.
이제 지리산 능선, 유월의 꽃 철쭉이 보인다.
*촛대봉 일출
세석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이른 새벽에 촛대봉으로 간다.
일출은 천왕봉이 제일이지만 촛대봉도 해맞이 명소이다.
장터목대피소 예약을 못했으니 촛대봉 일출로 만족한다.
이원규 시인은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고 했다,
지리산 산행에서 해맞이는 행운이다.
새벽 5시가 넘은 시간, 벌써 해맞이 인파가 촛대봉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드디어 해가 뜬다“
짧은 기다림에 순간 감동이 사방에서 감탄사가 터진다.
”환상적이다. 멋지다. 아름답다“
형용사를 동원해도 글로는 표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출이 끝나면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진다.
대부분 천왕봉으로 달려간다.
누구는 느리게, 일부는 빠르게, 저마다 산행속도가 다르다.
촛대봉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초록숲 터널이다.
길섶에 핀 꽃은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
철쭉은 관목류로 흔하게 보여서 크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풀꽃은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나도옥잠화는 이미 졌는지 꽃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길섶에 초록이 눈부신데 분홍색 큰앵초 꽃도 없다.
*천왕봉 가는 길
장터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빈 몸으로 천왕봉으로 간다.
시간은 지금 오전 7시가 안됐다.
천왕봉 가는 시간이 널널한 편이다.
백무동으로 하산하지만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제석봉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 널널하게 왔는데 갑자기 바짝 고개를 들어 발걸음이 무겁다.
제석봉에서 통천문으로 가는 길은 능선, 길가에는 철쭉 산객을 반긴다.
흰색에 가까운 철쭉은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한 매력으로 유혹한다.
초록숲 너머 먼 산줄기에 하얀 구름이 걸쳐있다.
유월 첫 주말 지리산의 날씨가 산행하기 딱 좋다.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고 철쭉에 초록숲 구경에 복 받은 산행이다.
통천문을 앞두고 다시 고난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천왕봉 가는 길이 어디 쉬운가.
산자락에 비쩍 바른 구상나무가 그림으로 다가오고 철쭉과 진달래가 산객의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앞으로 이어진 길은 숨이 막히는데 뒤돌아보면 초록물결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거친숨을 쉬고 나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나타난다.
정상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정상석 인증사진은 긴 줄의 인내가 필요하다.
대기표 뽑고 긴 기다림 끝에 차례가 왔지만 속도감있게 찍고 빠져야 한다.
*백무동 하산길
천왕봉 인증사진을 남기고 장터목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오를땐 주변 풍경 감상이 힘들었지만 내리막에선 사방이 눈에 들어온다.
장터목을 지나서 백무동으로 길을 잡는다.
이 길 역시나 한신계곡처럼 내리막 너덜이다.
역시나 천왕봉 가는 가장 빠른 코스라서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다.
우린 하신길인데 천왕봉 가는 사람들이 끝없이 거침 숨을 쉬면서 오른다.
이제 발걸음이 무겁고 하산속도가 둔해진다.
누구는 무릎통증을 호소하며 가다 쉬다를 반복하지만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동바위를 지나면서 물소리가 유혹한다.